이 기사는 2018년 06월 15일 08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12월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본사 대강당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이사 부임 후 7개월 만에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분위기는 험악 그 자체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설립 이래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맞은 터라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현장의 어수선함을 정리하려던 정 사장도 결국 "답답하다", "모르는 걸 어떻게 답변하냐"는 식의 다소 흥분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지난 11일 정 사장은 또 다시 대강당에 섰다. 스스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는 인삿말로 간담회를 시작한 정 사장의 표정에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2년 6개월 전 초조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일정을 소화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났다. 과거 주총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떴던 정 사장은 올해 계획된 일정을 20여분 초과하면서까지 시장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부임 첫해 악몽과도 같았던 대강당에서의 기억을 떨치기 위해 정 사장은 그간 부단히 노력했다. 채권단 관리를 받기 시작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2조8000억원의 손익을 개선했다. 서울 사옥을 비롯한 보유자산과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알짜 계열사들을 빠르게 정리한 덕분에 자구계획 이행률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정 사장의 개인적인 희생도 따랐다. 정 사장은 일주일의 절반을 옥포조선소에서, 나머지 절반을 서울 본사에서 지냈다. 본사 직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후 곧장 조선소로 내려가 생산 및 수주 전반을 점검하는 일상을 반복해온 셈이다. 일반적인 책임감과 의지로는 지속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통 분담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최근 14개월간 월급을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
정부도 정 사장의 진정성을 높이 산 것일까. 지난해 4월 4400억원의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은 정부로부터 2조9000억원을 수혈받았다. 정부는 '추가 지원 없다'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대우조선해양이 마지막 회생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정 사장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에게 채무재조정 방안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정 사장은 교체설을 잠재우고 2021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지휘봉을 잡는 데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을 경영해보니 3년 전과 같은 어려움에 다신 처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2020년 하반기 일감까지 충분히 확보해뒀다는 정 사장의 발언엔 힘이 실려있었다. 채권단과 약속한대로 2020년에 '정성립號 대우조선해양'이 경영 정상화 작업을 마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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