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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미디어 쥬라기 월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07-09 09:31:2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2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화진
AT&T의 120조 원짜리 타임워너 인수를 허용한 지난 6월 12일 자 미국 연방법원 판결은 파격이다. 대형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정부든 법원이든 M&A를 허용하더라도 사업의 내용이나 사업의 방식 차원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붙이는 것이 통례였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는 그런 것이 없다. 두 회사가 합의한 거래 내용 그대로를 승인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력 집중이 문제로 지적되어 온 글로벌 미디어산업에서 향후 대형 M&A가 줄을 이을 것이고 산업 전반에 더 큰 집중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흐름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뉴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에 겁먹은 대응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미디어의 세계는 어지러울 정도로 기업간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통신회사 AT&T는 2015년에 미국 최대의 위성방송사인 다이렉트TV를 인수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리밍 송출회사 넷플릭스와 아마존, 그리고 훌루가 120만이 넘는 고객을 잠식했다. AT&T는 부랴부랴 다이렉트TV나우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해서 고객을 붙들었지만 수익은 급감했다. 월 127달러를 내던 고객들이 35달러만 내면 되게 되어서다. AT&T는 다이렉트TV를 인수할 때 '녹아가는 얼음'을 사들이는 거라고 자인했지만 얼음이 너무 빨리 녹아 버렸다. 이제 NBA, MLB 같은 라이브 스포츠 중계 정도가 강점으로 남았다.

AT&T는 위기 타개책으로 타임워너와의 수직결합을 선택했다. 타임워너는 매출 2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의 콘텐츠 생산회사들 중 하나이고 HBO(왕좌의 게임), CNN을 가지고 있는 워너브로드캐스팅, 그리고 워너브라더스(원더우먼)를 보유한다. 이런 막강한 콘텐츠 회사와 수직 결합해서 AT&T는 시너지를 창출하고 소비자 이익을 시현 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타임워너는 넷플릭스의 경쟁사 훌루의 10% 주주이기도 하다.

전통 미디어를 위협하는 넷플릭스는 '언제, 어디서나, 혼자'의 시대에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직접' 공급한다. 콘텐츠와 배급을 동시에 장악하면 플랫폼 기업이 되기 때문에 코드-컷팅(cord-cutting)을 걱정 안 해도 된다. 넷플릭스는 연 9조 원대의 대대적인 투자로 '하우스 오보 카드' 같은 콘텐츠를 자체 생산한다. 넷플릭스의 한국어 자막을 보면 번역 수준이 상당히 높다. 빠르게 국제화하고 있다. 찾아서 볼 수 있는 국내 영화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도 시즌 에피소드 전부를 동시에 개봉해버린다. 넷플릭스는 일부 고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부부와 콘텐츠 계약도 체결했고 전 UN대사 수전 라이스를 이사로 영입했다.

미국의 미디어산업은 현재 컴캐스트, 디즈니, AT&T, 21세기 폭스, CBS, 바이아콤의 6강 체제다.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디즈니가 21세기 폭스 인수를 완료하면 5강 체제가 된다. 1983년 당시 약 50개 회사가 미디어산업의 90%를 지배했었지만 M&A를 통한 집중으로 현재 다섯 개 회사가 90%를 지배한다. AT&T-타임워너 합병과 그를 승인한 판결 내용의 파장으로 이 현상은 가속화 할 것이다. AT&T의 경쟁사 버라이즌이 이미 합병할 콘텐츠 회사를 찾고 있다.

전통 미디어들이 M&A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대형화와 콘텐츠 확보가 가장 확실한 생존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언제 본격적으로 이 판에 혜성처럼 뛰어들지 모른다.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바라보는 애플은 가지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300조 원 가까이 된다. 미디어 공룡들에게는 공포의 시나리오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벌써 오프라 윈프리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아마존은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 판권을 사는데 2억5천만 달러를 썼다. 디즈니는 21세기 폭스 인수로 훌루를 가지게 되겠지만 자체 스트리밍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내년에 출범한다.

뉴미디어의 성장으로 이제 시장조사와 마케팅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갑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는 세상과 소통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좌우할 것이다. 뉴미디어는 본질적으로 IT회사들이라 미디어 회사들이 그리로 합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IT회사들은 소비자와 고객, 그리고 광고주들을 훨씬 더 잘 안다. 바로 이점이 경쟁력이다.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 정보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AT&T-타임워너 합병은 성격상 방어적 M&A다. 미디어 쥬라기 월드가 폴른 킹덤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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