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式 박리다매 전략의 그림자 [식음료 명가 재발견②]라면 등 주요제품 저수익성·출혈 심화…올해 가격인상 단행 여부 주목
전효점 기자공개 2018-07-11 08:04:35
[편집자주]
국내 식음료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계간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창립 이후 반세기 넘게 크고 작은 난국을 수없이 헤치며 살아남은 식음료 명가들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벨은 식음료 명가들의 성장과 현 주소, 100년 명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6일 11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뚜기는 중저가 전략을 취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왔다. 오뚜기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은 오뚜기가 오늘날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저수익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오뚜기 주력 제품군 가격대가 타사의 동종 제품군에 비해 중저가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더 많은 국민들에게 더 풍부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함태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이 있었다. 중저가 정책과 이를 통한 '식품보국'의 창업주 정신은 오뚜기가 성장 과정에서 '선한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 라면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제품 가격을 평균 5% 이상 올릴 때도 오뚜기는 10년간 라면가격을 동결하면서 '서민 물가 지킴이'라는 칭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리다매' 전략은 사업적 측면에서도 상당 부분 유효했다. 오뚜기가 전통적으로 선두주자였던 카레나 3분류, 소스나 유지류 등의 시장에서 CJ나 대상 등 강력한 경쟁사들의 등장에도 상징성과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라면이나 가정간편식(HMR) 시장처럼 기존 선두주자 경쟁사가 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보폭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가격경쟁력은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익성을 희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삼양식품을 따돌리고 라면시장 점유율 2위를 꿰찬 2012년 이후 오뚜기라면 매출은 매년 꾸준히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2~4%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시장지배력은 높였지만, 그 과정에서 라면을 팔아서 남는 마진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로부터 환호를 이끌어내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이바지해온 저가전략은 도전을 받고 있다. 경쟁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기존 부문에서조차 시장지배력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캐시카우였던 카레 시장점유율은 2014년 이후로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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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오뚜기가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라면을 비롯한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에 나설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오뚜기는 몇몇 제품의 가격 인상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즉석밥과 참치캔에서 각각 9.2%와 6.7%, 당면과 후추에서 11%와 47% 등 일부 제품 가격대를 인상한 것이다.
오뚜기 입장에선 가격을 인상하면 일부 구매자들을 잃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위 가격대에 포진한 다채로운 경쟁사 제품들과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상당한 폭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그룹의 수익성 제고가 그만큼 시급한 목표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저가정책을 지속한 후 시장점유율이 정체하거나 횡보 구간에 진입 했다"며 "경쟁사 대비 부각되는 가격경쟁력 및 판촉 활동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혀왔지만 새로운 방향성이 부재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횡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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