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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를 보는 엇갈린 시선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18-10-22 07:52:06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IT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네이버와 카카오다. 인터넷 시대를 시작으로 모바일 생태계와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네이버와 카카오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한국 IT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두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묘하게 엇갈렸다.

네이버는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프랑스 순방길에 동행했다.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가 문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접견했다. 국빈 만찬 자리에 초청까지 받아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프랑스 산업연맹은 이해진 GIO에 훈장까지 수여했다.

네이버는 지난 2~3년간 프랑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해 네이버랩스로 만들었고 유럽 현지 투자와 R&D를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 프랑스를 설립했다. 이곳에 투자한 금액은 2589억원 규모다. 프랑스 벤처캐피털 코렐리아캐피탈에 총 2억유로를 투자해 현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가 프랑스에 투자한 금액은 5200억원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네이버를 추켜세웠다. 삼성과 함께 네이버의 프랑스 기술 투자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반면 카카오는 한국에서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카카오에서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자 택시업계가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7만여명의 택시 운전기사들이 거리로 나와 '카카오를 박살내자'고 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위해 수년전부터 공을 들였다. 카카오는 럭시란 업체를 252억원에 인수했고 빅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카카오택시의 운행 패턴과 소비자 분석도 마쳤고 이를 토대로 카풀 제도를 내놓았다.

택시업계의 파업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생존권을 부르짓지만 택시 서비스의 개선이 먼저라는 게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이다.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고 4차산업혁명이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두고 택시업계와 1년여간 협상을 시도했지만 택시업계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다. 택시 요금 인상은 물론 카풀 전면 폐지가 택시업계의 주장이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정치권에선 택시업계의 생존권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은 논평을 통해 '카카오가 택시기사들과 상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가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해 무언가를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TF를 꾸려 중재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유경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40만 택시산업 종사자와 택시 산업의 중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후자에 무게 중심을 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와 증인석에 서야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네이버의 프랑스 투자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단순히 비교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과 공유경제를 시작하는 것의 근본은 같다. 스타트업이 진출하는 시장엔 기존 일자리는 위협받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카풀 서비스도 택시업계의 일자리엔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카풀 기사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한국 대통령에게 헤드테이블을 안내 받으면서 박수를 받는다. 국내에서 신사업을 시도하는 기업은 '박살내자'는 고함을 들어야 한다.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만이 엑소더스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득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동안 이미 많은 투자가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덧붙여 대통령이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을 모두 해외 순방길에 초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것만큼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는 당근책도 드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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