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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지원 떠안은 산은, 구조조정 원칙 훼손? 1조원 규모 영구채 인수…해양진흥공사 자금 부족 탓

안경주 기자공개 2018-10-29 07:20:00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5일 12: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1조원 규모로 현대상선 지원에 나선다. 현대상선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해운업 불황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다.

다만 해운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번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 향후 산업은행이 인수한 영구채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기를 구체화 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사실상 현대상선 지원을 떠안게 되면서 향후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지난 23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과 전환사채(CB) 4000억원 등 1조원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CB와 BW의 표면이자율은 3%, 사채 만기일은 2048년 10월25일이다.

산업은행은 내년 해양진흥공사에 같은 조건으로 절반을 매각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가 앞서 마련한 '현대상선 정상화 지원방안'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당초 현대상선에 최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 등을 감안해 8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2000억원을 늘려 1조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현대상선에 지원하는 1조원을 산업은행이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번에 인수한 현대상선 영구채의 절반 가량을 내년 해양진흥공사에 매각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시기나 방식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 지원이 급해지면서 결국 산업은행이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그동안 현대상선 영구채 매입 규모를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현대상선 지원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 하고자 영구채 인수비율을 낮추려고 하면서 양측 간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평소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발족한 해양진흥공사의 설립 목적 가운데 80% 이상이 현대상선을 경쟁력 있는 회원사로 키우자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산업은행이 떠안게 된 이유는 해양진흥공사의 자금 부족 탓이다. 해양진흥공사의 초기 납부자본금은 3조1000억원이다. 해양진흥공사에 통합된 한국선박해양(1조원)과 한국해양보증보험(5500억원)의 자본금에 더해 정부의 항만공사 현물출자 지분(1조3500억원) 및 현금출자 2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실제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거의 없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양진흥공사가 3조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상선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적이란 관측이다.

금융권에선 산업은행의 이번 현대상선 지원을 두고 이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이 내세운 구조조정 원칙은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부실기업의 독자생존'이었다. 부실기업에 국민 혈세를 투입해선 안 되며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혼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지속적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익을 봐도 2016년 4841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조2182억원 순손실로 적자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4184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후 해운업 재건을 목표로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됐지만 여전히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떠안고 있다"며 "현대상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점에서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 한진해운 파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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