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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효과'에 빛바랜 건설사 사상최대 실적 [thebell desk]

이승우 산업3부 차장공개 2018-12-14 08:20:30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3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마지막 파티인 것인지 조심스러우면서도 풍요로운 성과에 한층 들떠있다.

국내 상위 9개 건설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합은 4조4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4016억원보다 30% 가량 증가했다.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무난한 GS건설이 단연 돋보인다. 대형사 뿐 아니다. 한신공영 등 중견 건설사들도 사상 최대 이익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건설사들의 특징은 주택 부문 비중이 높은 곳이다. 무섭게 치솟은 아파트 가격이 건설사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아파트 사업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순도급, 자체개발 사업 등으로 분류된다. 사업장별 등락은 있겠으나 그중 마진이 가장 높은 게 자체사업이다. 자체 사업 마진율은 통상적으로 20%가 넘는다. 지난 몇년간 이익을 많이 낸 곳이 바로 주택사업, 그중 자체사업을 많이 늘린 건설사들이다.

그런데 자체사업을 크게 늘린 건설사들의 실적에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익히 알고 있으나 새로운 회계 기준(IFRS) 적용으로 인해 이미 과거에 반영했던 실적을 올해 다시 반영하는 기술적 요인이 발생했다.

지난 해 실적 집계까지만 해도 아파트 공사는 공정률에 따라 매출을 분산해서 잡았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자체사업은 완공 시점에만 매출을 인식하게끔 하고 있다. 때문에 수년전 분양을 시작해 올해 준공이 된 아파트사업장의 매출이 올해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됐다.

문제는 올해 한꺼번에 잡힌 실적을 이미 분양 시점부터 과거 매출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파트가 분양에서 준공까지 대략 3년 정도 걸린다는 걸 가정하면 건설사 자체사업의 실적은 2016년과 2017년에도 잡혀 있었고 올해에는 그 두해의 실적 반영과 무관하게 전체 매출을 통으로 잡았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자체 사업 규모가 1000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기존 회계 방식대로라면 매출의 30%(가정)인 300억원을 2016년에 실적에 반영하고, 50%를 2017년에, 나머지 20%를 올해 실적으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2016년에 300억원, 2017년에 500억원, 그리고 올해 들어 전체 1000억원을 다시 반영하게 됐다. 1000억원 짜리 사업을 1800억원 매출로 잡은 것이다.

올해의 사상 최대 실적 일부에는 지난 3년간의 실적이 더블카운팅된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실재가 아닌 허수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 증권사는 자체사업 비중이 높은 모 주택전문건설사의 올해 실적을 신뢰할 수 없다며 리서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기까지 했다.

아쉬운 건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비중 혹은 경중이 다르겠지만 그 어느 건설사의 실적자료에 과거 3년치 매출을 끌어 썼다는 표현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건설업 호황은 지난해 꼭지를 찍고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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