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02일 08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 좀 빼주시면 안될까요."최근 만난 PB들로부터 부쩍 이런 부탁을 많이 받았다. 조만간 나오는 고액연봉자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들어갈 것 같으니 이를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높은 보수를 받는 임직원 명단을 공시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개인별 보수가 5억원 이상 경영진만 공개대상이었으나 이를 일반 임원과 직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공시 기준이 바뀌면서 지난해 증권사들의 상반기 영업보고서에는 고액연봉자 명단에 PB들의 이름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은 오는 2월에 발표될 2018년 하반기 결과를 우려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들이 회사 직원들의 박탈감을 걱정하거나, 가족들 몰래 비자금을 숨겨뒀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바로 고객수익률이 문제였다. 많은 고객들이 손실을 본 가운데 그들을 관리하는 PB만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챙겼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손실난 고객들의 항의도 두려웠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2018년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한 해 동안 17.79%가 내려갔고, 다른 G20 국가의 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금융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의 수익률이 좋았을 리 만무하다.
당시 증시 부진을 틈타 많은 PB들은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교체했다. 어떤 PB는 주식형 자산에 더 투자해야 할 때라고, 또 다른 PB는 채권 등 안정형 상품으로 자산을 옮겨야할 때라고 고객들을 설득했다.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상품을 갈아탄 덕에 판매보수는 그대로 증권사와 PB들의 몫으로 쌓였다.
시장 상황을 PB의 역량만으로 이겨내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을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PB들일수록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얻은 수익의 상당수를 성과보수로 챙기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부진이 이들에겐 연봉을 높일 기회로 작용했던 셈이다. 이들이 '2018년 하반기에 당당하지 못한 연봉을 챙겼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몇 년 전 금융시장에서 화두는 고객수익률이었다. 증권사들은 직원의 실적을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수익률을 일부 반영해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 시키겠다고 했다. 거창한 얘기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고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최근 PB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의 성과가 고객수익률을 기반으로 쌓은 것 같지는 않다. PB들이 올해에는 고객 앞에 당당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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