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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산재보험기금 '평가기준 논란'이 남긴 것 [thebell note]

서정은 기자공개 2019-02-01 09:37:55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1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5층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2019년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의 최대 관심거리인 고용·산재보험기금 전담운용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두 기금 규모가 약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들만 50명이 넘었다.

고용노동부의 예상과 달리 설명회에서 금융사들은 별다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제안서에 기재된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을텐데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고용노동부가 평가기준을 바꾸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한 터였다. 고용노동부는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금융사들이 평가 기준에 대해 납득했다고 받아들였을테다.

정작 금융사들의 얘기는 달랐다. 이들은 할 말이 없었던게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 되지 않을 것 같아 질문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단적인 예로 성과보수에 대해 물었더니 우선협상대상자와 개별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참석자는 "힘겹게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른 금융사가 높은 성과보수율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씨름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결국은 고용노동부가 제안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평가항목에 대한 불만도 뒤에서 새어나왔다. 기술평가 항목 중에는 '현재' 해외 및 대체자산에 대한 운용전략을 기술하는 부분이 있다. 기금이 현재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신규 도전자들이 알기는 어렵다. 많은 금융사들은 기존 주간운용사들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십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기금 운용 경쟁에서 평가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늘 있었다. 연기금투자풀 운용사 선정 당시에는 자회사 실적 포함 여부가, 주택도시기금을 두고는 표준화점수 항목이 문제가 됐다. 각 항목마다 유불리가 갈리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회사들을 모두 만족시킬수는 없다.

문제는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이 나올 때 마다 기금 운용의 본질이 가려진다는 점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공적 기금이 금융사들의 눈치 작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당하기도 한다. 제안서가 나온 뒤에는 기금을 책임감 있게 굴려줄 운용사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도 말이다. 고용·산재보험기금이 근로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안전망임을 고려하면 더욱 씁쓸하다.

고용노동부는 내달 20일까지 금융사들의 제안서를 접수 받을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곳들은 오는 7월부터 4년간 막대한 자금을 책임지고 운용한다. 고용·산재보험기금이 금융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제대로 된 주간운용사를 뽑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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