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평생직장 찾던 약사, 바이오에 미치다 [대형벤처펀드 주무르는 빅맨]⑥황만순 한투파 상무 "Re-Up 펀드 활용, 후속 투자 집중"

박창현 기자공개 2019-02-13 07:44:48

[편집자주]

벤처펀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정책자금과 민간LP 확대가 맞물리면서 벤처펀드 대형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만 1000억원대 매머드급 벤처펀드가 12개나 쏟아졌다. 대형화 펀드 홍수 속에 각 운용사별도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더벨은 대형화 벤처펀드 성공 열쇠를 쥐고 있는 대표펀드매니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대체 복무를 위해 입사한 유한양행에서 5년간의 연구원 생활도 끝났다. 약관을 갓 넘긴 청년은 고민에 빠졌다. '약사'라는 정해진 길만 가야하는걸까. 해외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탈(VC)'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70세가 넘은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활발하게 투자 활동을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나이가 먹을수록 네트워크가 쌓이고. 그 사람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직업, 마음이 움직였다.

크기변환_황만순
자본, 투자, 금융과는 철저하게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약학대학과 의과대학을 나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힘이 됐다. 더 나아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부모님과 지도 교수님은 화들짝 놀랐다.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약사나 연구원을 포기하고 듣도 보지도 못한 VC 업계로 가겠다니 진정 걱정되는 마음으로 그를 말렸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 부딪혀보자.

그렇게 VC업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19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술성 평가 없던 시절, 적자 투성이인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모험에 가까웠다. 적자 회사는 기업공개가 불가능했다. 기업공개는 VC 자금 회수를 위한 대표 창구다. 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투자, 그 리스크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뚝심을 갖고 성장성이 높은 벤처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를 이어나갔다. 그 노력이 쌓이면서 국내 바이오섹터 대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황만순 한투파 상무(사진)의 이야기다.

황 상무는 현재 2850억원 규모의 '한국투자 Re-Up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다. 한국투자 Re-Up 펀드는 한투파가 그동안 만든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VC 업계를 통틀어서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벤처조합(약정 총액 3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트렉레코드가 대형 펀드 결성의 원동력이 됐다. 해당 펀드의 앵커 출자자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이 펀드에 800억원을 투입했다. 직전 출자 펀드가 뛰어난 성과를 보이자 별도의 컨테스트 없이 수시 출자 형태로 자금을 지원해줬다. 국민연금이 중심을 잡아주자 교직원공제회와 산재보험기금도 기꺼이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했다. 그 덕분에 전체 펀드 규모를 2850억원까지 키울 수 있었다.

황 상무는 "Re-Up펀드의 특징은 확실한 앵커 LP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정책 목적 제약이 없다는 점"이라며 "이에 업종과 지역 등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수익률 위주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투파와 황 상무는 지난해 2850억원의 투자 재원 중 569억원을 썼다. 최대 투자 섹터는 역시 바이오·헬스케어로, 전체 투자금의 절반 가량이 투입됐다. 황 상무는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의 투자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섹터 역시 기업 발굴과 가치 평가 등 여러 방면에서 강점을 지닌 바이오 투자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운용 2년차인 올해는 초기 투자보다 후속 투자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후속 투자는 투자 펀드 수익성과 사후 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 이미 투자가 된 기업이라 가치 평가가 용이하고 성장 스케쥴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다. 여기에 신규 투자 집행에도 불구하고 사후관리 기업 수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도 좋다.

황 상무는 "펀드 운용 초기에 좋은 기업을 발굴한 후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춰 그때 그때 후속 투자를 집행하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며 "이런 기업은 기업공개로 자금 회수가 끝나더라도 메자닌 투자 등 또 다른 투자처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도 운용 전략에 포함돼 있다. 실제 그 동안 탄탄하게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의미있는 투자건을 성사시키고 있다. 호주 헬스케어 스마트기기 기업 '글로벌 키네틱스(Global Kinetics)'와 영국 신약 개발업체 '백시텍(Vaccitech)' 투자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키네틱스는 과거 투자 파트너였던 호주 현지 VC의 추천 덕분에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백시텍의 경우,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진매트릭스와의 투자 가교를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접 투자로 이어진 케이스다.

황 상무는 "과거 수년간 해외 투자에 꾸준히 나선 결과 선순환 효과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독일, 미국, 호주, 중국, 영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미 이뤄졌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