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1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릴 적 친구 하나가 학원 광고지를 보더니 불쑥 화를 냈다. 웬 과민반응인가 싶던 찰나 이어진 친구의 이야기에 금세 수긍이 갔다. 요인 즉 학원에 채 한달밖에 다니지 않은 외고 진학 친구의 얼굴이 떡하니 광고지에 올라 있다는 내용이었다.학원이 실적 부풀리기에 그만둔 학생까지 동원했다는 것인데 이런 일은 사회에 나와서도 이따금씩 신문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학원가의 과잉 광고가 여전히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마주할 때마다 드는 씁쓸한 생각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벤처캐피탈 업계를 취재하다 불현듯 소싯적 학원 광고지 이야기가 스친 건 최근 마주한 한 출자기관(LP)의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충분하다고 보기엔 어려운 자금을 출자하면서 기업 수십개를 육성하고 일자리 수백개를 만들겠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으로 LP로 나서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과잉 선전 또한 횡행해져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스타트업 하나를 육성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자본이 뒷받침돼야 할까. 업종이나 주력 제품. 서비스 등에 따라 첨예하게 갈리겠지만 상당수에선 너끈히 수십억원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야에서 한발치 떨어진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들의 경우 장치산업 특성상 초기 많은 투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상당수 LP들은 운용사(GP)의 대규모 자금 집행을 저어하는 모습이다. 되도록이면 많은 기업에 자금이 돌아갈 수 있는 분산 투자를 독려한다는 의미다.
장치 산업 투자에 관심이 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특히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금을 집행해야 실질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판단에도 집중 투자 시 문책성 질의를 듣는 경우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극적인 발굴 투자 보다 회수가 용이한 클럽딜에 너도나도 쏠리고 있다는 진단도 함께 였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과 수고만으로 수익률 제고가 가능한 이점을 활용하는 투자 전략이다.
벤처펀드 출자 이력이 오랜 기관들의 경우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장기간 GP들과 교류로 서로 간 쌓인 신뢰에 기반해 투자 자율성을 보다 보장하고 있다. 이제 막 출자에 나서기 시작한 LP들이 숙지해야 할 대목이다.
혈세를 모아준 국민이 공공 LP에 가장 바라는 일도 수익률 제고다. 스타트업 또한 실질적 지원을 받지 못한채 '과잉 광고지'에 동원된다면 불쑥 화가 나고 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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