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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자문, 국내 유일 지배구조 특화 자문사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①"이원일이 곧 제브라", 국내 행동주의 펀드 창시자 '평가'

서정은 기자공개 2019-04-18 13:35: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브라투자자문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의 시초로 꼽힌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이사(사진)는 2010년대 초반 일본에서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을 포착하고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제브라투자자문은 매년 2~3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여활동을 펼치며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원일 대표
제브라투자자문을 관통하는 인물은 단연 이 대표다. 그는 투자대상 선별부터 관여활동 설계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그의 머리에서 제브라투자자문의 모든 움직임이 결정되는 셈이다.

◇ '최초·유일' 지배구조 특화 자문사, '아베노믹스' 보며 행동주의 바람 확신

제브라투자자문은 국내 최초의 기업 지배구조 특화 자문사다. 2014년 5월 29일 설립됐으며,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이원일 대표로 총 5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일반 법인인 세림TCC(24.1%), 이형실 운용본부장(10%), 이춘광(4.5%), 이존아단(4.2%), 김정순(1.6%) 순으로 보유 중이다.

이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85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로 업계에 발을 디딘 후 크레딧리요네 등 외국계에서 리서치 헤드와 주식운용본부장(CIO)을 역임했다.

그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창시자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는 2004년 알리안츠운용의 CIO로서 국내 최초의 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운용했다. 공모형으로만 1조5000억원까지 자금을 불리며 시장에서 이름을 떨쳤다. 제브라투자자문의 모델을 구상한 것도 이때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미국 등에서는 일찌감치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되면서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문, 운용사들이 등장했었다"며 "일본에서도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행동주의 물꼬가 터지자 국내 시장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기 위해 자문사를 차렸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때에도 힘든 점은 많았지만, 자문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겪었던 애로는 더욱 컸다. 당시만해도 운용사나 자문사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기업 경영에 관여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여겨졌다. 운용사 시절에는 기업 오너들이 사무실에 찾아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자문사로 독립한 뒤에는 자금을 넣어줄 투자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브라투자자문의 자문과 일임 규모는 각각 71억원, 50억원이다. 대부분이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이뤄져있다.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이름을 떨치는 운용사들이 수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보유한 것과는 대조된다. 일임 자산은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한데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 사세를 키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 이원일 대표, 주주관여활동 설계부터 실행까지…年 2~3개사 타깃

제브라투자자문의 인력은 5명이다. 이원일 대표와 본부장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주니어 인력이다. 준법감시인조차 없을 정도로 소규모 조직이다보니 이 대표가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주도한다. 그와 손발을 맞추는 파트너를 뽑자면 이형실 운용본부장이 거론되는 정도다. 이 본부장은 설립 초기부터 함께한 인물로 삼성SDI, 솔로몬투자증권·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등을 거쳐 이곳에 합류했다.

주주관여활동의 타깃이 되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사실상 두 사람의 몫이다. 두 사람은 보톰업 리서치를 통해 투자기업을 선정한다. 선정 기준으로는 주가, 실적, 사업모델 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흐름, 오너십의 특징 등을 두루 살핀다. 이 중 핵심은 지배구조를 개선할 경우 저평가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다.

제브라투자자문이 관여활동에 나서는 기업은 1년에 2~3개 기업이다.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 기업 중 주가 추이, 지배구조 개선 상황 등을 파악해 최종 대상을 선별한다. 관여활동 대상이 선정되면, 이때부터는 이 대표가 설계자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기업에게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할지, 압박을 가할지 등 접근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투자대상 선정부터 본격적인 주주관여활동이 이뤄지기 까지는 보통 1~2년 이상 소요된다. 지난해 제브라투자자문이 한 중소형사에 대해 주주관여활동을 했던 사례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제브라투자자문은 모 중소형사를 2016년 상반기 관심종목으로 선정한 뒤, 리서치와 탐방을 거쳐 2017년 상반기 들어서야 투자하기 시작했다. 주주의견서를 발송하기 시작한 건 같은 해 11월이다. 사측에 주주환원책을 포함해 몇가지 질의사항을 던졌는데,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자 관여활동에 나선 것이다. 2018년에는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배당확대, 주주환원책 강화, 기업지배구조 코드 도입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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