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19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용서는 목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거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용의자 애인을 찾아간 우영구 형사는 엄격하게 나눠진 '이 바닥 사람들' 역할을 각각 설명한다.펀드보수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사는 운용보수를, 판매사는 판매보수를, 수탁사는 수탁보수를, 뛰어난 매니저는 성과보수를 수취한다. 이 명확한 구분은 각 주체들이 운용, 마케팅, 수탁 등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만든다.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이 바닥 사람들' 역할구분을 과감히 깨부쉈다. 하나금투 클럽원센터는 지난해 사모펀드 2개를 판매하면서 이례적으로 '성과보수'를 받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판매사가 판매보수를 받는 경우 운용실적에 연동된 보수를 동시에 받을 수 없다. 하나금투는 사모펀드 특례를 근거로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리고 사모펀드에 한해 '판매사도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아냈다.
운용업계는 반발했다. 펀드 운용에 참여하지 않는 판매사가 '성과보수'를 받아간다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판매사는 운용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는데 판매보수에 성과보수까지 챙기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요즘 사모펀드 시장을 보면 판매사 성과보수가 그렇게 '지나친 욕심'은 아니다. 운용사는 지난해 242개까지 늘어났고, 이들이 사모로 내놓은 헤지펀드만 해도 2500개가 넘는다. 그렇다보니 판매사가 높은 수익을 낼만한 펀드를 미리 알아보고 소싱하는 선별력이 판매사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나아가 판매사가 운용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흔해졌다.
하나금투 클럽원센터도 프라이빗 뱅커(PB) 22명이 단순판매만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상품을 발굴한다. 각 PB가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벤처캐피탈(VC)을 발굴해 투자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구조화 상품을 내놓는다. 이곳 투자자들은 다른 데선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을 접하고 고수익을 달성하기도 한다.
투자자에게 고수익 상품을 잘 골라 주선했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번 금융위 유권해석은 '성과 내면 성과보수를 받는다'라는 당연한 일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발판이다. 관례를 깨는 게 누군가에겐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뀌는 '이 바닥'에 맞는 새로운 규칙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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