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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길'…벅차지는 재무 부담 [베일에 싸인 쿠팡]⑤매출 급증에 판관비도 껑충…적자 지속 전망

정미형 기자공개 2019-05-02 07:42:00

[편집자주]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최고의 화두는 쿠팡의 성공 여부다. 쿠팡은 국내 기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계획된 적자' 전략을 통해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의견은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나뉘고 있다. 쿠팡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어 어느 한 쪽의 의견이 맞는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더벨은 쿠팡의 지배구조와 재무여력, 사업 구조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은 지난해 4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오며 역대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야말로 '로켓' 성장이다.

업계에서도 쿠팡의 실적발표는 최대 관심사다. 올해는 얼마나 성장했을지 그리고 적자를 만회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누군가는 쿠팡의 성장을 '사기'라고까지 표현했다. 마진이 남지 않는 구조, 그래서 '계획된 적자'를 이어나간다는 설명, 그럼에도 적자를 신경 쓰기는커녕 여전히 외형 성장에 힘쓰는 그들은 기존의 국내 어느 기업과도 비교 대상이 없다. 쿠팡이 선택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이유다.

가장 큰 궁금증은 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지난해까지 5년간 쌓인 적자만 3조2000억원이 넘는다. 다행히 투자 유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적자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몸집을 불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억3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유치 받으며 장기적인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1조원대 적자…'직매입-로켓배송'의 부담

쿠팡의 재무제표를 악화시키는 주범은 '로켓배송'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주요 성장 발판이자 핵심 사업이다. 당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은 이 시스템을 위해 2014년 직접 상품을 사서 배송해주는 직매입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쿠팡의 물류비용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운반 및 임차료 비용은 2367억원으로 전년(1484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직매입 도입 전해인 2013년 운반 및 임차료 비용이 약 407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직매입은 매출과도 직결된다. 상품 중개 수수료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직접 사들인 물건을 물류센터에 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되는 서비스인 직매입이 도입됐다.

직매입은 모든 거래액이 매출로 잡힌다. 그래서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는 좋지만, 그만큼 물류비가 증가한다는 부담이 있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 쿠팡의 직매입 비율은 90%까지 늘었다.

직매입 확대로 쿠팡 매출도 2014년 3485억원에서 2015년 1조1338억원, 2016년 1조9159억원, 2017년 2조6814억원, 2018년 4조4227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매출이 10배 이상 뛰자 동시에 영업손실도 불었다. 2014년 1215억원에 불과한 손실액은 지난해 1조35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만 1조가 넘는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다.

쿠팡 실적 추이

◇흑자보다 시장점유율 목표…"투자는 계속된다"

쿠팡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이마저도 투자로 보며 기술과 인프라에 꾸준히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쿠팡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의 지향점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의 이 같은 '치킨게임'에 쿠팡의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외부 투자금 유치로 연명하고 있지만 커져버린 몸집에 매년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판매비와 관리비는 1조84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조1570억원보다 60% 가까이 불었다. 2014년 2808억원이던 판관비는 2015년 6917억원, 2016년 9549억원으로 매년 급증하며 2017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비용은 늘어나는데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없다보니 결손금이 쌓이면 현금은 빠르게 소진되는 상태다. 지난해 말 쿠팡의 누적 결손금은 2조9952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전년 1조8821억원에 비해 1조원 넘게 늘었다.

현금흐름표상에도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하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순손실(7613억원)과 유형자산 취득(884억원) 등으로 현금이 빠져나갔다. 다행히 지난해 앞서 언급한 비전펀드의 자금 유치로 2조3193억원가량이 유입돼 현재 현금성 자산은 6425억원가량 남아있다.

쿠팡 판관비 및 결손금 추이

하지만 쿠팡은 향후 몇 년간도 지금과 같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흑자를 내기보다 장기적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겠다는 계획이다. 흑자 전환 목표조차 설정해두고 있지 않다.

쿠팡 관계자는 "기술과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하고 로켓프레시 등 신규 사업도 성공적으로 런칭하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의 적자는 더 큰 성장을 위한 투자로 쿠팡은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그들의 투자만큼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시장을 100조 시장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거래액 기준) 7~8% 점유율만 차지하고 있을 뿐 투자 대비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 같은 쿠팡의 사업모델은 언제까지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자금을 끌어 모아 투자하는 수준으로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 교란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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