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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부회장, 전설의 제임스서 'CEO의 전설'로 [한국투자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④인재 중심 경영시스템 구축…직접 체득한 '헝그리 정신' 강조

양정우 기자공개 2019-06-14 09:29:47

[편집자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슬로건은 'VISION 2020 아시아의 선도금융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71억원에 인수한 중소 증권사를 자산 71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들이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1일 08: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사진)에게 1992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전면 개방됐던 역사적 시기였다. 옛 대우증권 국제부에서 근무하던 유 부회장은 런던현지법인에서 일할 기회를 잡는다. 그 해는 그가 닉네임처럼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로 거듭나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그 해 여름은 유상호 부회장이 금융업의 본질을 목도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런던으로 떠난 첫 해 조지 소로스가 영국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사건을 현지에서 지켜봤다. 강연에 나설 때마다 빼놓지 않고 꺼내놓는 경험담이다. 당시 소로스는 영국 정부의 금리 인상 정책에 맞서 파운드화 공매도로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인다. 유 부회장은 증권업에선 한사람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무한대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증권업의 본질에 대한 그의 정립은 10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동안 한국투자증권의 경영 전략, 인사 체계, 조직 관리 등 모든 시스템의 뼈대로 자리를 잡았다. '최고의 인재→최고의 성과→최고의 대우'. 이 단순한 선순환의 고리를 투명하고 정교하게 정착시킨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 부회장이 일선 CEO로 활약하는 동안 업계 최고의 실적을 거두는 증권사로 성장했다. '한투맨'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을 고스란히 끄집어낸 덕분이다. 성과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증권 비즈니스, 결국 사람이 전부…철저한 성과보상 '개개인 역량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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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서 사람을 빼면 사무실과 컴퓨터만 남는다."

유상호 부회장은 증권업에선 사람이 전부라고 말한다. 업력이 쌓이고 규모가 커져도 증권사는 결국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좌우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동안 효율적인 조직 체계와 인적 자원 관리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유 부회장은 영국에서 목격한 조지 소로스뿐 아니라 미국 투자은행 드렉셀 번햄 램버트(Drexel Burnham Lambert)의 마이클 밀켄 사례를 자주 인용한다. 평범한 중소형 증권사였던 드렉셀은 마이클 밀켄이 정크본드 시장을 개척하면서 일약 대형사로 도약한다. 하지만 밀켄의 불법 거래가 적발된 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결국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증권사의 흥망성쇠가 단 한사람에게 좌우됐다.

기업이 인재를 얼마나 중시하느냐는 결국 성과보수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유상호 부회장은 CEO에 오르기 전부터 제대로 실적을 내는 사람에겐 화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임직원 전체의 급여 평균도 글로벌 IB 수준은 아니어도 노무라증권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여겼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평직원이 수십억원의 급여를 받은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것도 그의 소신이 연봉 시스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적 조직 문화 속에서 증권사 차장이 오너보다 많은 22억원 대 보수를 받으려면 CEO의 강력한 집행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증권업계에 몇 차례 불황이 찾아왔을 때도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인력과 지점을 축소하는 대신 오히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고려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게 유 부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유상호 부회장이 CEO를 맡은 시기 한국투자증권은 업계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내 결집한 결과다. 국내 초대형 IB 가운데 3년 연속으로 수익 1위(지난해 당기순이익 4993억원)를 차지했다. 증권 업종의 성과 지표인 ROE(11.2%)는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07년 취임 첫 해 63조3000억원이었던 고객자산은 재임 마지막 해(2018년) 150조6000억원으로 무려 87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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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맨 '헝그리 정신' 강조…'전설의 제임스' 명성 배경

유상호 부회장의 인재관은 명확하다. 주변에서 증권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물을 때마다 앨런 그린버그 베어스턴스 전 CEO가 밝힌 인재상으로 답한다. 그린버그 CEO는 MBA(석사)도 아니고 PhD(박사)도 아닌 PSD(Poor, Smart, Desire to become rich)를 원했다. 유 부회장은 헝그리 정신과 명성한 두뇌, 무엇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있는 사람이 증권 비즈니스에 적합하다고 확신한다.

근성과 열정을 간직하고 언제라도 몸을 던질 준비가 된 사람. 유상호 부회장은 이런 증권맨이 다양한 스펙과 많은 자격증을 가진 인력보다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그래서 늘상 임직원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한다. 유 부회장은 사석에서 "중국에서 홍콩의 주요 고객을 접대할 때 바퀴벌레 튀김까지 먹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유상호 부회장은 열정의 결실을 몸소 깨우친 인물이다. 그는 1992년부터 7년 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일할 때 전설의 제임스로 불렸다. 런던 금융가에서는 "한국 주식을 사려면 제임스에게 가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 한국에서 하루 동안 거래된 주식의 5%가 유 부회장의 손을 거쳤을 정도였다.

이런 명성은 고되지만 절박한 하루하루가 쌓인 결과였다. 유상호 부회장은 외국인들이 부르기 쉽도록 이름을 제임스로 쓰고, 전화번호를 '007'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의 입장에서 헝그리 정신은 결핍이 준 선물과 같았다. 유 부회장은 젊은 날 체득한 성공 비결을 전직원이 모두 체험하기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 뿌린 씨 '해외 사업'…아시아 이머징마켓 선도 구상

유상호 부회장이 CEO로서 마지막으로 뿌린 씨는 해외 사업이다. 정부 당국과 업계에서 해외 진출을 강권할 때 그는 진지하게 득과 실을 고민했다. 결국 해외 사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경제는 이제 고성장 시대를 지나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세계 경제 흐름과 정부 정책에 따라서 일시적인 부침이 있겠지만 국가 성장률이 3%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 아시아엔 연간 성장률이 10%를 넘는 국가가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가 이들 국가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진출 성과는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인수한 베트남 합작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은 업계 70위에서 출발해 8위 수준으로 거듭났다. 철저히 현지 중심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한 결과다. 지난해엔 인도네시아에서 인수한 단빡(Danpac)증권을 토대로 '키스 인도네시아'를 출범시켰다. 키스 인도네시아도 베트남 법인처럼 조기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유상호 부회장은 해외 진출의 최종 목표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단계를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해외 프로덕트(Product)를 직접 설계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판매하겠다는 것. 국내 증권사도 아시아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에선 글로벌 IB와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한국이라는 대표 주자의 성장 일대를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학력>
△1960년 출생
△고려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OSU) MBA

<경력>
△1985 한일은행
△1988~1992 대우증권 국제부
△1992~1999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
△1999~2002 메리츠증권 상무
△2002 동원증권 홀세일본부 부사장
△2005 한국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2006 기획총괄 부사장
△2007~2018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9~현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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