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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을 다시 보다]1964빌딩 사옥, 3대 키워드는 '직원·주민·예술문화'②창사 53년만에 첫 마련…홍원식 회장 "사옥은 임직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적 공간"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5 14:14:00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했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31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나가다가 예술 작품이 유리창으로 보이길래 들어와 구경하는 길이었어요. 건물 밖에도 내부 로비에도 회사 이름이 없어서 뭐하는 곳인가 했는데, 남양유업 본사였군요."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1964빌딩'. 남양유업은 2017년 1월 서울 남대문로에서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1964년은 남양유업 창립년도를 의미한다. 창사 이래 53년 만에 처음 마련한 본사 사옥이다.

이 건물이 남양유업 본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옥 마련 내지는 본사 이전의 의미를 담아 대내외로 공표 할만 했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홍원식 회장의 지침 때문이었다. 25일 점심 시간에 찾은 1964빌딩 로비엔 예술작품을 구경하러 온 일반인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50년 셋방살이' 끝낸 홍원식 회장…"사옥을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

1964빌딩은 건물 전체가 유리로 돼 있다. 그만큼 투명한 공간을 지향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유리 사옥을 선호하는 것은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기업 경영 화두 중 하나인 '투명성'의 이미지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를 통해 투영하는 것이다.

남양유업의 본사 이전은 2017년 1월, 2013년 사태 후폭풍이 여전하던 때였다. '셋방살이'를 했던 창업주인 아버지 고 홍두영 명예회장과 달리 아들 홍 회장은 강남 금싸라기 땅 한복판에 번듯한 사옥을 지었다. 사옥 마련이 혹여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 염려했을까. 남양유업 본사 이전은 소리소문 없이 이뤄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1964빌딩에는 '남양유업 임직원의 복지와 지역주민의 공익을 위해서만 사옥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라'는 홍원식 회장의 상생경영 철학이 깃들어 있다"면서 "건물이 통유리로 투명하게 설계된 것도 내외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사옥은 편의성 차원에서 건물 중앙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마련이다. 1964빌딩은 엘리베이터가 중앙이 아닌 왼편 구석에 배치돼 있다.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다.

사옥2F 전경(중간계단방향)
사옥 2층 미팅룸 전경

넓어진 로비 공간을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예술 작품들이다. 만화 기법을 회화에 도입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 가운데 하나인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림이 벽에 걸려 있고, 움직이는 조각 '모빌(mobile)'의 창시자이자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등 현대 예술 작품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옥을 문화적 공간으로서 십분 활용한 것이다. 미술품과 전시품 등은 1층 로비에서 3층까지 곳곳에 전시돼 있다. 공간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1층 로비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던 한 시민은 "강남 도심대로 사옥에서 리히텐슈타인 작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로비와 연결된 미팅룸도 무료로 이용가능 하다고 하니 앞으로 자주 들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5층까지 공익 목적 사용…상업시설 유치 제안 거절

1964빌딩 1층엔 흔한 커피숍도 없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1층에는 렉서스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커넥트 투(CONNET TO) 렉서스카페가 입점해 있다.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목 좋은' 1964빌딩에도 건설 초기부터 임대 제안이 들어왔다.

남양유업은 사옥 저층에 상업시설 등 임대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사옥은 오로지 직원 복지 및 지역 주민의 공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라는 홍원식 회장의 상생철학 때문이었다.

대강당 EX Full Shot
사옥 3층 대강당.

1964빌딩은 15층이다. 이 가운데 1층부터 5층은 사무실이 없다. 전적으로 직원복지 및 지역주민의 공익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다. 미술품과 전시품이 집중된 1~2층은 계단을 중심으로 연결된 복층 구조다. 미팅룸으로 꾸며진 2층은 회사 직원은 물론 방문객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3층에는 1964홀이 자리한다. 공연, 강연, 세미나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대강당과 전시 및 소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전시홀로 구성된다. 남양유업은 사회적 기업 등에 한해 무료로 이 공간을 대여해준다. 사회적기업이 아니더라도 지역주민과 지역사회가 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임대하는 방안을 강남구청 측과 고민 중이다.

4층은 회의실이다. 총 8개의 회의실이 있으며 2개의 대회의실과 6개의 소회의실로 구성된다. 5층은 피트니스 센터다. 직원 복지를 위해 운동기구, GX룸, 탁구시설, 샤워실 등이 마련돼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역사회 주민과 비영리 단체를 위해 사옥시설을 상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면서 "사옥 건설 초기부터 홍원식 회장의 상생철학을 바탕으로 사옥 저층을 개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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