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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임상중단 쇼크]신라젠 실패의 교훈…글로벌 임상 전략 재고해야바이오벤처 손쉬운 자금 조달 후 직접 임상하다 실패…L/O 염두에 둔 전략적 사고 필요

민경문 기자공개 2019-08-05 08:09:52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2일 1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에이치엘비에 이어 신라젠까지 임상3상에 도전했던 바이오테크들이 연이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았다.

바이오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 실패를 계기로 바이오테크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임상을 끝까지 완주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된다. 바이오 벤처들은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해 임상에 직접 도전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의 영향력이 큰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바이오 벤처의 도전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자성론까지 나오고 있다.

임상 자체에 '올인'하기보다 라이선스아웃(L/O)을 활용한 전략적 접근이 좀 더 중요해졌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기업의 신인도와 시스템, 자금력의 도움을 받으면 바이오벤처들이 실패확률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신라젠의 실패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기 세력의 '묻지마 투자'를 경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신라젠은 2일 '펙사벡'에 대한 임상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라이선스 아웃 등과 같은 파트너링 없이 독자적으로 임상만을 수행한 바이오벤처의 한계를 보여준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추가 펀딩을 위해 불확실성의 영역인 임상의 성공 가능성만을 시장에 어필해 왔다는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점이 임상을 둘러싼 비용 부담을 낮췄을 것"이라며 "바이오업체들이 이를 기반으로 대행기관을 활용해 임상 2상, 3상 등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은 대규모로 환자를 모집하고 투약결과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된다. 바이오 벤처들이 자체 자금으로 이를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은 자본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자금을 쉽게 조달, 막대한 임상 자금을 충당해왔다. 자금이 부족해지면 유상증자나 전환 사채 발행 등으로 이를 충당해왔다. 신라젠의 경우도 임상3상 막바지에 이르러 대규모 CB를 발행한 바 있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신라젠도 중도에 펙사벡을 라이선스 아웃을 했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신약회사 본업이 연구개발(R/D)이지만 그 성패가 존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위협하는 상황이 되선 안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라이선스아웃 이력은 필수조건이다. 코스닥 상장을 앞둔 기업 상당수가 기술성 평가 전에 해외 빅파마로의 기술이전을 시도한다. 이는 곧 해당 바이오벤처의 밸류에이션을 좌우하기도 한다.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업체인 브릿지바이오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이후 몸값이 급등했다.

신라젠이 임상에 올인하지 않고 라이선스 아웃전략을 병행했다면 관련 기술을 사간 업체의 신인도에 기대 임상 프로토콜을 달리 할 수 있었다. 또 자금 조달 면에서도 일부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벤처캐피탈 임원은 "대기업에서 기획이나 전략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강조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며 "국내 바이오기업 역시 연구자의 훌륭함만 강조될 것이 아니라 L/O 등을 통해 이들의 실질적인 활용 방안을 경영자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VC 관계자는 "바이오기업 입장에선 해외 빅파마와 의미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NRDO와의 협업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여기에 임상이행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글로벌 기준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임상이나 L/O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파이프라인 보강이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라젠의 무용성 평가 결과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임상 3상을 수행해왔다는 점 자체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며 "이 또한 바이오업계가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말도 안되는 추측과 기대치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단행했던 일부 투기세력의 마인드에 문제가 더 있었다"며 "비임상 데이터가 아무리 탄탄해도 임상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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