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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현대건설기계 공급사슬 핵심 유럽…국내도 약진기술격차로 핵심 부품 수입, 부품 자회사로 내재화 높여

구태우 기자공개 2019-08-07 07:55:39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건설기계 시장의 경쟁 무대는 해외다. 국내 건설업은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과 인도, 중남미 등 신흥국은 인프라 공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설기계 제조업체는 신흥시장의 수요에 대비해 일찍이 현지 생산체계를 갖췄다. 국내외 생산기지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부품이 제때 조달돼야 한다. 공급사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장비의 특수성으로 인해 건설기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대형 건설장비가 사용되는 환경은 비포장 도로 등 작업 환경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중장비용 부품은 높은 출력과 함께 내구성이 충족돼야 한다. 부품 결함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제품 신뢰도에 치명적인 탓이다. 국내 업체의 기술 수준은 독일, 미국, 일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국내 중장비 시장은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리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3사가 국내 건설기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유럽 국가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제품별로 공급업체가 다르다. 주력 제품은 굴삭기와 굴착기, 휠로더 등이 있다. 국내외 업체가 중장비의 핵심 부품을 제조해 납품한다.

우선 핵심 부품인 차대장치와 유압장치는 해외 업체가 납품한다. 휠로더에 들어가는 변속기는 독일의 자동차 부품사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이 생산한다. 세계 9위의 글로벌 부품업체인 이 업체는 승용차와 상용차의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또 건설장비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 업체가 생산한 변속기는 국내 건설기계 3사에 모두 납품된다. 무단변속 기술을 보유해 변속 품질이 우수하고, 내구성과 연비 또한 우수하다는 평이다.

지게차에 들어가는 유압시스템은 보쉬렉스로스(Bosch Rexroth)가 생산한다. 이 업체는 전자 유압시스템을 통해 엔진을 제어하는 'VBO(Virtue Bleed-Off)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압 시스템 및 제어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에 안산공장과 부산공장을 두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국내 중대형 부품사들도 국내 건설기계 업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디와이파워는 굴삭기와 지게차용 유압실린더를 생산해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에 납품한다. 매출의 90% 이상이 유압실린더에서 나온다. 디와이파워는 지난해 3857억원의 매출을 냈다. 국내 건설업체가 생산기지를 둔 중국과 인도에 유압실린더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대창단조는 중장비용 레일과 롤러, 슈 등을 생산해 현대건설기계에 납품한다. 대창단조의 부품은 운행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롤러는 모터의 회전력을 지속하는 역할을 하고, 슈는 바퀴의 일종이다.

정도산업은 지게차용 프레임과 굴삭기와 휠로더용 프레임을 생산한다. 현대건설기계의 주 공급사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다. 티씨테크와 대동공업은 현대건설기계의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소형굴삭기와 미니굴삭기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면, 현대건설기계가 자사의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현대건설기계의 공급사슬에는 국내외 중장비용 부품사들이 들어가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3조6973억원을 원재료 매입하는 데 지출했다. 지난해 국내외 공장이 생산한 중장비는 3만35대에 달한다. 이중 1만6227대(54%)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됐다. 인도공장과 중국공장에서 각각 5055대, 8753대가 제작됐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돼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에 편재돼 있다.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은 1.5% 수준이지만, 매출과 생산대수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조2339억원의 매출을 냈다.

현재 중대형 장비에서 소형 장비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까지 스키드로더 3종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북미 지역에서 소형 건설장비 수요가 늘고 있어 라인업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소형 건설기계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공급사슬도 다변화할 전망이다. 현대건설기계는 내재화율도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부품 사업을 물적분할해 현대코어모션을 설립했다. 유압모터와 컨트롤밸브 등 부품을 양산하고, 수리용 부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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