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12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름 충분하게 준비했다 생각했는데 막상 평가를 받으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미비점을 지적받는다. 오답노트를 통해 리스크 관리 경험치가 100% 수준은 아니지만 97~98% 수준까지는 올라간다고 확신한다."한 지방 금융지주사의 리스크관리 임원이 내부등급법 승인 점검 과정이 꼭 과거 학창시절 모의고사와 비슷하다고 얘기했다. 금융당국의 심사 눈높이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 금융지주사에 맞춰져 있는데 이런 '모범 답안'을 본인들이 준비해간 모형과 맞춰보면 오답이 툭툭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리스크 관리 역량이 몇 단계는 레벨업 된다는 점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사실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국내 시중 금융지주사들보다 내부등급법 준비가 7년 가량 늦었다. 2010년 무렵 바젤Ⅲ에 대비하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지만 지방금융지주사들은 먼 산 보듯 했다. 나름의 전략적 판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방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위험가중자산(RWA)이 많이 줄어들지 않아 내부등급법 도입 시 BIS비율 상승효과가 크지 않다. 리스크관리 인력 모집, IT시스템 구축, 컨설팅 의뢰 등 이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비용과 효익을 저울질하고는 도입안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커다란 효익이 한 가지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부등급법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체적 리스크 관리 역량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내부등급법의 본질이다.
어떻게 보면 중기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 금융지주사들이 오히려 더 발빠르게 리스크 선진화 작업을 준비했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금리상승기가 올 때마다, 경기침체기가 올 때마다, 지역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지방 금융지주들도 같이 휘청거렸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안되니 부실 대출이 발생했고, 이는 곧 은행 부실로 이어졌다. 사실 금리 EaR(Earning at Risk)이나 대출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수치같은 리스크 관리 지표는 시중은행들과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지방 금융지주사들이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등급법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은행 부실이 무서워 대출을 내주기 겁난다고 토로할 게 아니라 어떤 위기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단단한 무기(리스크 관리 시스템)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 금융지주사들이 그동안 미뤄놓은 숙제를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조만간 시중은행에 준하는 리스크 관리 수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역 우량기업들에 과감한 대출을 해주는 것이 이들의 존재 이유 아닌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이 살아야 은행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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