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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미래에셋 투자금 '최소화'시킨다'7대3'은 FI 희망사항…경영참여 가능성 원천 봉쇄, 현대산업개발 단독 인수도 가능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14 08:50:36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임박한 가운데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내부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구주 인수와 유상 증자를 통한 신주 확보에서 미래에셋대우의 투자비율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협상자 선정 당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자체적으로 투자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힌 것이 컨소시엄 내 역학 관계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의 단독 인수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운신의 폭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본입찰 직전까지 시장에 알려진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간 투자 비율은 7대 3이었다. 형식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미래에셋대우가 확보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이 최대 20%라는 데서 투자비율 산정이 시작됐다. 구주 인수와 유상 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까지 염두에 둔 인수 완료 뒤 확보 지분율을 근거로 한 투자비율이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인수가로 2조5000억원을 제시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자금 증빙을 8000억원 선에서 마무리하며 7대 3의 비율 대로 인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퍼졌다.

하지만 본입찰과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과정을 거치며 컨소시엄 내부 기류가 달라졌다. 현대산업개발이 자체 자금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 투자 비율을 80%로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결국 인수가 마무리 되면 컨소시엄의 총 투자금에서 현대산업개발의 비율은 80% 이상으로 높아지고, 미래에셋대우는 20% 미만으로 낮아져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미래

통상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컨소시엄을 맺어 인수합병(M&A) 딜(Deal)에 참여할 경우 SI는 FI의 자금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인수 규모가 클 경우 부족한 자금을 FI로부터 보조 받으며 딜을 성공 시키기 위한 전략적 동맹을 맺는다. 또는 자체 투자금을 최소화해 레버리지 효과를 최대화 한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치며 통상의 SI와 FI의 관계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계속해서 FI의 역할이 줄어들고, SI가 단독으로 딜을 끌고가는 모양새로 흐르고 있다. 인수 계획 및 인수가 산정, 인수 뒤 경영 계획, 자금 투자비율 등 모든 면에서 당초 시장에 흘러나왔던 전망과 예측이 틀어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서도 최근 투자비율에 대해 '8대 2'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고위 관계자는 "투자비율은 8대 2로 확정됐고, CFO 선임권한 등 여러 얘기가 많았는데, 결국에는 미래에셋대우에서 사외이사 선임권도 갖지 않기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 초반 7대 3까지 조율됐던 비율은 왜 최근 들어 다시 조정됐을까. 컨소시엄 내부의 대립이 생긴 결정적 계기는 인수 뒤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에 대한 양측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 미래에셋대우에서 아시아나항공 CFO 선임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호텔 사업에서의 협업을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요구에 반발해 SI로서 자체 역량 강화에 더 방점을 찍고, 본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의 역할을 FI로 국한하고, 오히려 FI로서 역할도 최소화 하기 위해 투자비율 조정에 나선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현대산업개발의 자신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충분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컨소시엄 구성은 미래에셋대우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현대산업개발도 인수전 참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던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인수전 참여가 본격화 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오히려 딜의 주도권을 쥐었다. 정 회장이 "무조건 인수하라"는 특명을 임원들에게 내리며 적극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산업개발의 적극적인 인수 의지는 인수 준비를 위한 항공업 및 아시아나항공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인수전 참여가 결정되자 미래에셋대우는 미국에서 항공 전문가를 고용해 글로벌 항공시장 동향 및 국내 항공시장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계획 등에 대한 구상도 직접 설계했다.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맺은 뒤부터는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이러한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오히려 현대산업개발은 내부적으로 그룹 역량을 총 동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산업개발 내부적으로 TFT에 동원된 인력만 50여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항공 전문가 등을 선임해 항공업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지만, 그 내에서 일종의 정보 경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진행하면서부터 정보 경쟁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 용산역 본사에 TFT 사무실이 꾸려지고, 현대산업개발에서 직접 아시아나항공 본사로 인력을 파견해 실사를 진행했다. 구주가 산정과 신주 투자 규모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에 정보를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안을 유지하며 인수가를 산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일시적으로 미래에셋대우에 정보를 주지 않으며 정보를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 정몽규
<(왼쪽부터) 박현주 회장, 정몽규 회장.>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면서 정 회장은 인수 뒤 경영권 및 조직 장악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의 출신과 성향 등을 파악한 일종의 '명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 구조조정 및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조기에 마무리 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M&A 이후 곧바로 조직을 틀어쥐고 경영 정상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우협 선정 직후 아시아나항공 사명은 유지하고 '윙 마크'를 제거한다는 방침도 곧바로 외부에 노출했다. '윙 마크'를 대신해 'HDC'를 아시아나항공 앞에 붙여,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의 일원이 됐음을 조기에 시장에 알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여전히 FI에 머무르지 않고 SI로서 일부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오히려 더 강하게 SI로서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직접 진두지휘 하겠다는 의지를 전방위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자금력에 의지해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사실 우리 혼자서도 인수할 수 있는 재정 상태"라고 자신감을 나타내며 '미래에셋대우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식의 여론전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본입찰 직전까지도 컨소시엄 파기를 고려했다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의 투자비율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공동인수를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및 조직 운영에 대한 전반을 현대산업개발이 온전히 틀어쥐고 향후 경영 정상화에 임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쪽으로 협의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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