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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을 움직이는 사람들]"정년 없는 임원 임기…한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②10년 이상 장수 CEO 수두룩…주요 계열사 CEO, 서울대 축산학과 '강세'

박상희 기자공개 2019-11-29 09:04:57

[편집자주]

2015년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대기업으로 우뚝선 그룹이 있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으로 출발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하림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1978년 창립부터 42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하림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없다. 아니, 조직문화를 만들지 말자는 게 하림의 기업문화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 단 한번의 뒷걸음질 없이 앞만 보며 성장해 온 하림그룹을 이끄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10년전 쯤 김홍국 회장이 임직원 미팅 때 '평생 다닐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건강이 좋지 않아 퇴사하신 분 이외에 임원 가운데 해임된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림그룹은 정년이란 게 의미가 없는 조직입니다."

대기업 정기 인사 시즌이 되면 희비가 엇갈린다. 승진 소식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짐을 싸서 집에 가는 인물도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하림그룹만큼은 해당사항이 없다. 승진하는 사람은 있어도 해임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법적, 윤리적으로 지탄 받을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하림맨'으로 남을 수 있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는 대부분 10년 이상 대표로 일하고 있는 '장수 CEO'다.

◇임원 승진 '하늘의 별따기'…승진 이후는 정년 보장 '탄탄대로'

하림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는 '임기가 없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계열사 별로 정관에 따른 임기가 있지만 사실상 자동 갱신되는 게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하림그룹은 10년 이상 장수 CEO는 물론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임원도 수두룩하다.

하림 계열사 대표이사
*도상철 NS쇼핑, 이범권 선진, 윤하운 천하제일사료, 정학상 팜스코, 추성엽 팬오션, 박길연 ㈜하림 대표이사 (왼쪽부터)

이강수 하림식품 대표이사(부회장)가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하림그룹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 직급을 달고 있다. 1948년생인 이 부회장은 1957년생인 김 회장보다도 9살 위다. 2005년 ㈜하림 부회장 자리에 올라 15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하림푸드 대표이사로 하림 푸드 콤플렉스 설립을 총괄하고 있다.

도상철 NS쇼핑 대표이사(사장)는 회사와 운명을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6년생인 도 대표는 이 부회장보다도 나이가 두살 더 많다. 천하제일사료 출신으로, 2001년 NS홈쇼핑 개국 당시 임원으로 영입돼 2007년 NS쇼핑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올해로 13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머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도 모두 장수 CEO다. 1955년생인 천하제일사료 윤하윤 총괄사장은 2008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올해로 12년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선진을 이끌고 있는 이범권 총괄사장 역시 비슷하다. 1957년생인 이 총괄사장은 2002년 선진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2009년 선진CU총괄사장이 됐다. CEO 경력만 20년 가까이 된다. 정학상 팜스코 사장은 2009년 10월 팜스코 제 11대 대표이사로 취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 사장은 1952년 생이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박길연 ㈜하림 대표도 장수 CEO다. 2018년 ㈜하림CEO로 선임됐다. 2009년부터 한강씨엠 대표를 맡아온 기간을 감안하면 12년 차 CEO다.

2015년 하림그룹 계열사가 된 팬오션을 이끌고 있는 추성엽 대표이사(사장)도 장수 CEO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범양상선 출신인 추 사장은 STX팬오션 사장을 지내고 ㈜STX 사장으로 이동했다. STX팬오션이 하림그룹에 편입돼 팬오션으로 변신한 이후 김 회장의 부름을 받고 2015년 7월 팬오션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은 임원으로 승진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대신 임원 승진은 김홍국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의미고, 김 회장이 한번 믿음을 준 사람은 끝까지 신뢰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성과에 관계 없이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지주사, 지방대 출신 포진…계열사,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 '대세'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 철학이 기업문화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김홍국 회장이 여전히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하림그룹의 경우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림그룹이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까. 임직원들은 김 회장이 학벌이나 지식 수준보다는 적성과 열정을 중시하는 인재관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지식이야 추후에 배우면 되지만, 열정이 없으면 결코 살아남기 힘든 곳이 하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하림지주에서 이러한 인재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림지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경영진(사외이사 제외) 가운데 이학림 전무(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지방대 출신이다. 김 회장이 호원대 경영학과와 전북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그밖에 주요 임원진은 전북대, 인하대, 원광대, 대구대 등을 졸업했다. 지방대가 절대 강세를 나타낸다.

다만 계열사 CEO는 서울대 축산학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윤하운 천하제일사료 총괄사장(1980년 졸업), 박길연 ㈜하림 대표(1985년 졸업), 정학상 팜스코 사장(1977년 졸업), 이범권 선진(1982년 졸업) 총괄사장 등이 서울대 축산학과 동문이다. 6개 주요 계열사 가운데 4개사 대표이사가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천하제일사료, ㈜하림, 선진, 팜스코 등 주요 계열사가 농축산업과 관계되기 때문에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 대표이사가 많은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학과는 다르지만 추성엽 팬오션 사장도 서울대(해양학과 졸업) 출신이다. 지주사인 하림지주에 지방대 출신이 주로 포진해 있다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는 서울대 출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지주에는 김홍국 회장과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인물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면서 "계열사는 독립경영과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만큼 각 사업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 받은 엘리트들이 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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