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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현대차그룹 인식조사]‘미래 비전’ 무엇을 놓치고 있나(19)방향성 확실, 문제는 실현 가능성…현재 ‘부정’ 요소, ‘미래’ 좌우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16 09:30:32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다.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미래 펼쳐질 '모빌리티' 혁신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그룹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미완성의 지배구조와 복잡한 노조문제로 늘 이슈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현대차그룹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국민인식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국민인식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9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9.9%다.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7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1%포인트 수준이다. 응답률은 100%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빌리티, 커텍티드카, 수소전기차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은 밝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이미 변화는 겉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 목표는 더 명확해졌고, 목표에 다가가는 속도도 빠르다. 대규모 투자금과 인력이 투입됐다. 앞으로 더 많은 현대차그룹의 유·무형자산이 미래 비전 현실화에 투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현실은 어떻까. 현대차그룹의 투자에 대한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경제인 조사)와 국민인식 조사 대상자(국민인식 조사)들도 대체로 현대차그룹이 그리고 있는 미래에 동의한다. 그러나 정작 오늘, 현대차그룹의 완성차를 구매하고, 미래 투자 재원의 기반을 만들어줄 ‘현재’의 소비자와 시장 내에서 현대차그룹과 마주하는 ‘경제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에 미래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하는 비전의 방향성은 맞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응답 결과들이 눈에 띈다. 이처럼 비전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 비전 '방향성' 맞다…실현 가능성은 ‘물음표’

현대차그룹에 대한 설문 중 ‘기술’ 관련 질문은 경제인 조사와 국민인식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기술혁신’ 결과 등에서 10명 중 7명이 긍정 평가를 내렸다.

경제인 조사에서 현대차그룹의 ‘기술혁신 성장’에 대한 ‘동의함’(매우 동의 11.7%, 대체로 동의 56.8%) 응답이 68.5%를 차지했다. ‘미래 기술혁신 추가 성장’ 여부는 ‘동의함’(매우 동의 26.4%, 대체로 동의 58.4%) 응답이 84.8%로 더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와 ‘플라잉카’ 등 미래차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매우 긍정적 12.3%, 대체로 긍정적 62.1%) 응답이 74.4%였다. 선제적인 ‘수소전기차’ 투자 평가는 ‘긍정적’(매우 긍정적 21.3%, 대체로 긍정적 46.1%) 응답이 67.4%였다.

경쟁력 있는 계열사 순위에서도 '기술'에 기반한 평가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건설 순이었다. 자동차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모두 상위에 올랐다.

국민인식 조사 결과도 현대차그룹의 ‘기술혁신 성장’에 대해 ‘동의함’(매우 동의 29.4%, 대체로 동의 49.5%) 응답이 78.9%를 기록했다. ‘미래 기술혁신 추가 성장’ 여부에는 ‘긍정적’(매우 긍정적 34.5%, 대체로 긍정적 51.8%) 응답이 86.3%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는 ‘10년 후 전망’에서 발생한다. 경제인 조사에서 현대차그룹이 향후 10년 후에도 국내 1위의 세계적 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망(인식)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매우 긍정적 9.3%, 대체로 긍정적 58.7%) 응답이 68.0%를 차지했다.

‘10년후 전망’ 결과는 ‘기술혁신(68.5%)’, ‘추가 기술혁신(84.8%)’, ‘미래차 투자(74.4%)’, ‘수소전기차 투자(67.4%)’ 등보다 소폭 적다. 한 걸음 더 들어가 ‘10년 후 전망’에 대한 ‘매우 긍정’ 평가는 9.3%로 매우 적다. ‘기술혁신(11.7%)’, ‘추가 기술혁신(26.4%)’, ‘미래차 투자(12.3%)’, ‘수소전기차 투자(21.3%)’ 등 보다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민인식 조사에도 '10년 후 전망'에 대해 ‘긍정적’(매우 긍정적 21.0%, 대체로 긍정적 50.4%) 응답은 71.4%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혁신(78.9%)’, 추가 기술혁신(86.3%)’보다 적은 수치이다. ‘매우 동의’ 응답도 ‘10년 후 전망’은 21%였지만 ‘기술혁신’은 29.4%, ‘추가 기술혁신’은 34.5%로 더 많았다.

현대차그룹이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했다고 인정했고, 앞으로도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추가 성장할 것이란 긍정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10년 후 미래'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이 기술적인 면에서 과거보다 나을 것이고, 추가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 방향도 잘 잡았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어느 부분에서 마이너스(-)를 줬을까. 아래 응답 결과를 보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키워드 ‘과거 단절’과 ‘변화’

현대차그룹에 대한 평가의 양 극단에 있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긍정’과 ‘부정’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은 ‘과거’와 ‘미래’로 대변될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에 대한 평가는 과거 현대차그룹의 발자취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가운데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요소는 현대차그룹 내부와 외부적인 요소로 다시 세분화 해 분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자체로만 놓고 보면 과거 과오를 범했던 부분들에서 부정 평가가 만들어 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너일가 및 직원들의 청렴성, 조직문화, 정경유착 여부 등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통제할 수 있었던 영역들은 대부분 부정 평가가 많았다.

반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긍정 평가를 만들어낸 요소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긍정 평가는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 등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경향이 뚜렸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발전 효과’로 긍정 평가가 있지만, ‘기업 운영은 형편 없다’는 식으로 부정 평가가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인 조사에서 현대차그룹 성장의 ‘한국 경제발전’ 효과가 ‘있음’(매우 큼 42.4%, 다소 있음 50.9%) 응답은 93.3%였다. 사실상 이 요소가 현대차그룹에 갖는 전반적 이미지에 ‘긍정적’(매우 긍정적 10.4%, 대체로 긍정적 66.1%) 응답이 76.5%가 나오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오너家의 청렴성에 대해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3.7%, 대체로 청렴하지 않음 47.5%) 응답은 51.2%였다. 임직원의 청렴성에 대해서는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1.3%, 대체로 청렴하지 않음 22.4%) 응답이 23.7%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기업 문화가 타 기업의 모범이 되는지에 대한 조사한 결과 ‘동의 안함’ (전혀 동의 안함 14.9%, 대체로 동의 안함 47.2%) 응답이 62.1%였다. 입사 의향을 물었을 때는 ‘입사 의향 있음’(매우 강함 14.7%, 다소 있음 52.3%) 응답이 67.0%를 기록했다.

노사관계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는 더 참담하다. ‘부정적’(매우 부정적 28.8%, 대체로 부정적 48.5%) 응답이 77.3%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노사 분규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생산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함’(매우 동의 18.7%, 대체로 동의 41.6%) 응답이 60.3%를 기록했다.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현대차그룹 성장의 ‘한국 경제발전’ 효과가 ‘있음’(매우 큼 44.5%, 다소 있음 45.5%) 응답이 90.0%였다. 반면 오너가(家)의 청렴성에 대해서는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13.7%, 대체로 청렴하지 않음 38.4%) 응답이 52.1%로 나타났다. 임직원도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8.6%, 대체로 청렴 하지 않음 31.9%) 응답이 40.5%였다.

타 기업 모범으로서의 ‘현대차 기업문화’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동의 안함’(전혀 동의 안함 13.1%, 대체 로 동의 안함 30.6%) 응답은 43.7%로 나타났다. 입사 의향에는 ‘입사 의향 있음’(매우 강함 25.1%, 다소 있음 38.5%) 응답이 63.6%였다. 노사관계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 ‘부정적’(매우 부정적 27.6%, 대체로 부정적 40.7%) 응답은 68.3%였다.

설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미래차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신성장동력을 만들었지만, 노조문제로 생산 효율성은 저하된 만큼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할 상황이고, 청렴하지 않은 오너일가와 임직원들로 인해 기업문화는 후진적이다’로 귀결된다.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를 양산하고, 자율주행, 모빌리티카 등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생산하는 주체는 현대차그룹 오너일가와 임직원, 노조 등 구성원들이다. 내부에서 구성원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현실화 할수 있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시대’는 다를 것…“정의선에 말한다, 혁신하라”

설문 결과에서 유의미한 부분은 ‘현대차그룹 구성원에 대한 불신’이 정 수석부회장에게 전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제인 조사 결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그룹 경영' 신뢰도는 84.8%(매우 신뢰 17.3%, 신뢰하는 편 67.5%)로 나타났다. 경영권 이양의 효과는 ‘있음’(매우 큼 13.1%, 다소 있음 59.5%) 응답이 72.6%였다. 승계 시기에 대해서는 ‘적절했음’(매우 적절했음 13.6%, 대 체로 적절했음 63.7%) 응답이 77.3%를 기록했다.

이외 오너일가에 대한 질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범현대가의 ‘근면·성실’을 중시하는 가풍이 경영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다. 그 결과 ‘있음’ (매우 큼 22.1%, 다소 있음 58.1%) 응답이 80.2%를 차지했다. 정 수석부회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범현대가의 ‘근면성’ 가풍 효과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취임 1년을 조금 넘긴 정 수석부회장은 이전 오너십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동영상에 등장해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자율주행차량 운전석에 앉아 있는 그는 과거 현대차그룹 오너일가 및 임직원들의 이미지와는 철저하게 절연돼 있다.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의 발언은 늘 ‘미래’를 향해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인사도 결과도 파격의 연속이다.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과 젊은 임원들의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경험이 풍부하고, 젊고, 스마트한 인재를 기용했다. 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모습에서 정 수석부회장 시대의 새로운 흐름이 읽힌다. 과거와 절연하고 계속해서 미래를 강조한 것이 그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온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 요구는 높다. 경제인 조사 맨 마지막 문항인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대한 조언’은 주관식이다. 응답에는 ‘정의선 시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영혁신이 2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술혁신 15.2%, 조직문화 개선 11.1%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경영과 의사결정 구조 변경 필요” “공룡화된 조직의 슬립화, 불필요한 스탭행정 인력 구조조정, 과감한 경영 구조조정” “해외생산 추진을 통한 노사관계 정상화” “내부업무 프로세스의 글로벌 스탠다드 적용” 등을 정 수석부회장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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