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13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회장후보 면접을 앞두고 가장 많이 되뇌던 말은 '원점'이었다. 이미 리딩금융그룹 탈환에 성공한 조 회장에게 원점이란 무슨 의미일까.

조 회장은 13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면접장으로 가는 길에서 "원점으로 돌아가서 준비했다"며 "여러 가지 불확실성으로 워낙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기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2기를 시작하는 그의 앞에 놓인 경영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일단 신한금융은 내년 사업계획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경영목표를 일부 낮춰 잡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신한카드,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의 비은행 계열사들도 전망이 어둡다. 그만큼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조 회장으로선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은 손에 쥐었지만 이를 유지하고 새로운 성장을 구가하는 게 만만찮은 상황이다. 결국 제로베이스에서 사업계획과 조직문화를 들여다보고 효율화를 끌어낼 부분을 찾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거의 성료단계에 접어든 2020 프로젝트를 대신할 포스트 중장기비전 구상도 필요하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취임하면서 직접 구상한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조화로운 성장과 글로컬라이제이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신한 고유문화 육성의 4대 과제를 통해 2020년까지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이다.

두 자릿수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달성을 목표로 비은행과 비이자사업 부문을 키우고 인수합병(M&A) 역시 ROE 제고에 도움되는 매물을 우선시했다. 덕분에 KB금융에 뺏겼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1년 만에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2020 프로젝트가 성공적 완료단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그의 2기 임기동안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와 신한생명과의 합병, 아시아신탁 완전자회사 등 인수 후 통합(PMI) 과제가 수두룩하다. PMI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고 신한문화와 융화시키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이번 회추위를 통해 차기회장 최종후보자로 내정된 조 회장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뒤 정식으로 3년간의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사실상 이날부터 조 회장 2기 체제가 시작된다.

당장 내주부터 계열사 사장과 부사장, 은행 부행장 등을 선임하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통해 인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번 인사는 조 회장의 내년 사업계획과 차기회장 구도까지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