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있었던 CJ그룹의 서울 가양동 부지 매각은 올해 랜드마크 딜 중 하나로 꼽힌다. CJ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배포한 보도자료와 공시가 인상 깊었다. 최종 인수후보자로 '인창개발'의 이름을 단독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건설은 시공사로 기재했다. 인수구조 등에 대한 고려가 있을 수 있지만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과 위상의 변화로 받아들여졌다.가양동 부지를 매각한 CJ제일제당은 상장사다. 대형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수많은 주주,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지역주민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사안에서 인창개발을 '믿을만한 매수자'라고 전면에 공개했다. CJ그룹의 보도자료를 보는 순간 '역시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국내 디벨로퍼는 IMF외환위기 이후 본격 태동했다. 과거 디벨로퍼들은 건설사에 사실상 '지배당하는' 구조였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제공한 금융사에 쩔쩔매야 했다. 아직도 그런 모습이 일부 남아 있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CJ그룹의 가양동 부지 매각처럼 디벨로퍼가 전면에 서는 경우가 많아졌고 서로가 협력 관계이자 파트너임을 잘 알고 있다.
디벨로퍼업계는 올해도 성장했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위상 변화가 지속됐다. 이제 과거의 설움을 잊고 축배를 들고 싶을 수도 있다. 마음껏 누리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당장 만족하기보다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업계의 전체적인 질적 향상과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이미 알려진 디벨로퍼만큼 경험과 실력을 갖춘 업체를 종종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들은 '그늘 속에' 가려져 있다. 물론 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과거 부동산업자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던 시절 '담벼락을 걷는' 위험한 사업으로 인식됐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나 경계심 때문인지 모른다. 현재 업계를 선도하는 디벨로퍼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면 좋을 듯 하다.
건실하게 기반을 넓힌 뒤 필요할 때 더 크게 '원팀'이 되는 모습도 필요하다. 세력화를 통해 정부기관이나 다른 업계에 무차별적인 실력행사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업뿐 아니라 사회 기여,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목소리를 함께 낸다면 그 효과가 '배가(倍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디벨로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구상은 업계의 유일한 모임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구심점이 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길로 보인다. 또 업계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무언가나 그런 방안이 있다면 모두가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용해 무게감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해운대 L7' 리츠 인수 속도
- [클리니컬 리포트]신라젠 BAL0891의 '무한확장' 방광암 이어 AML까지
- 각자 삼성, 일심 LG
- [삼성·SK 메모리 레이스]엔비디아의 재촉, 빨라진 HBM4 시대
- [IR Briefing]KT스카이라이프, 비용 부담·ENA 채널 성장 '명암'
- [IR Briefing]SKT 실적에 AI트렌드 톡톡…AI인력 비중도 '40%' 육박
- 에이비온, 모든 파이프라인 매각 추진…재무개선 '올인'
- '유한양행 포트폴리오' 바이오포아, 자금조달 초읽기
- [쿠팡 실적 리뷰]외형 4배 늘었지만 '파페치' 손실 줄이기 과제
- [쿠팡 실적 리뷰]'물류·멤버십·직매입' 투자 확대, 중국과 격차 벌린다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지배구조 분석/주성엔지니어링]관전포인트 '물적분할후 재상장·공개매수'
- 주성엔지니어링, '한국타이어 사옥' 지주사에 남긴다
- 이재용 회장, 호암재단에만 '개인자격 기부' 의미는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 청산절차 한경연, 마지막 실적에 남은 '싱크탱크' 흔적
- [Company Watch]'메모리 권토중래' 웃은 삼성전자, 힘 보탠 '가전·하만'
- 하이닉스·LG전자의 선방…'삼성전자 디테일'에 쏠리는 눈
- [IR Briefing]LG전자, CFO 등판 빛바랜 '수익성 악화·EV 이슈'
- 'HPSP' 투자한 이준호 회장 개인회사, 침묵 깼다
- '벼랑 끝 격돌' 대유위니아 vs 홍원식, 전부 걸었다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회원사 늘었는데…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