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06일 07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2월 중순, 비임상 CRO(임상수탁기관) 큐베스트바이오가 개최한 세미나에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소위 잘 나가는 바이오업체가 아니라 CRO 업체임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이다. 비임상 CRO는 임상실험 이전단계의 독성 및 약리학 실험을 대행하는 곳이다. 김수헌 대표는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일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비임상은 신약개발 단계에서 신약후보 물질의 뼈대를 짜는 작업이다. 약물의 독성을 비롯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실험을 진행한다. 인체에 투여돼 약효를 검증하기 전 가장 기본적인 약동학을 검증하는 단계다. 약학규제의 기초도 짠다. 이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약물로서의 가치는 없는 셈이다. 당연히 본 임상에도 진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비임상 영역은 찬밥신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우스 실험 하는 곳 정도로 폄훼돼 왔다. 바이오 업계의 한 원로는 "수탁기관이라는 용어 안에는 손만 빌려주는 대행업체라는 멸시가 내포돼 있다"면서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못한 나라가 발전 못하는 것처럼 비임상이 단단하지 않으면 K바이오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세미나의 성황은 여러 각도로 볼만하다. 우선 신약개발 시도가 활발해진 점과 무관치 않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제약사의 신약개발이나 NRDO(개발전문바이오테크) 창업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3년 간 폭발적으로 늘면서 비임상의 니즈가 늘고 눈높이도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세미나에는 투자자를 비롯해 제약사, 바이오테크 신약개발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더불어 처음부터 FDA를 겨냥한 개발업체들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 해외 CRO를 고집하는 경향성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임상에서는 ‘납득할 만한 데이터’가 생명이다. 미국 등 현지 업체는 언어와 레귤레이션에 강하다. 하지만 최근 브릿지바이오 등의 업체들이 토종 CRO와 손잡고 잇따라 FDA IND(임상허가신청)에 성공하면서 국내CRO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큐베스트 역시 임상리포트 중 80% 이상을 영문으로 작성한다. 브릿지바이오, 오스코텍, 보로노이 등이 고객사다.
IPO 시장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최근 비임상CRO 노터스가 코스닥에 안착했다. 기관 수요예측 700대1을 기록하고, 밴드 최상단(2만원)을 찍었다. 동물사업과 결합한 높은 성장성이 고려됐지만 CRO 업계에서는 고무적인 일로 평가됐다. 이를 계기로 올해에는 큐베스트를 비롯해 드림씨아이에스, 씨앤알리서치 등 CRO가 잇따라 IPO에 도전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장성에 의구심을 보이지만 비임상 CRO에 쏠린 눈에서 반등의 단초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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