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06일 07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석탄공사가 장기CP(기업어음)로 연명하고 있다. 공사채 발행한도가 남았는데도 CP를 발행해 장기자금을 조달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도 없다. 사실상 규제를 우회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대한석탄공사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한 장기CP 잔량은 사채 발행한도를 훌쩍 넘어선다. 공사는 사채 발행한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액 이내에서만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나 다름없다. 대한석탄공사가 규제를 우회해 장기자금을 확보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대한석탄공사는 전체CP 잔량의 30% 이상인 5700억원이 만기 3년짜리로 구성돼 있다. 대한석탄공사의 자본금은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4351억원이다. 자본금보다 1000억원 많이 장기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대한석탄공사는 항변한다. 석탄사업에만 의지하고 있지만 정부 방침으로 석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업규모도 축소시켜야 한다. 단계적으로 줄어들 예정이지만 회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한 해에 수백억원이 든다. 지속된 적자로 자본금이 바닥을 보인지 오래인지라 정부지원이나 외부차입 외에 운영자금을 마련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
은행대출을 받자니 높은 금리가 부담스럽고 공사채를 찍자니 투자자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대한석탄공사가 장기CP에 적극 손을 댄 계기도 정부방침으로 사업규모 축소계획을 밝히면서라고 한다.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렇다고 단기CP에만 의지한다면 금리 변동성이 워낙 커 시장상황에 따라 재무구조도 시시때때로 출렁인다. 올해 정부로부터 추가 출자를 받기로 돼 있지만 이 역시 수백억원 수준에 그친다. ‘자본잠식 공기업’이라는 여론이 따가운 가운데 넉넉한 자금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
이때문에 '편법을 쓰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석탄공사는 2019년 6월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전체 128개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아주미흡’ 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자본잠식,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이 근본적 원인이라 올해도 상황이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마다 경영악화, 자본잠식의 멍에를 지고 반성문을 쓰지만 살아갈 길이 막막한 공사의 슬픈 초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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