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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사외이사 임기 제한 급하지 않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1-17 15:48:3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15: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상법시행령을 개정해서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으로 제한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장기간 한 회사의 이사회에 재임함에서 발생하는 경영진과의 유착 가능성 때문이다. 경영진과 유착된 사외이사는 독립성을 상실한다.

2019년 3월 주총시즌에는 24년 재직기록을 작성할 사외이사가 선임된 바도 있지만 삼성전자에서는 국민연금의 방침에 따라 재선되면 10년을 넘기게 된다는 이유로 한 사외이사가 연임되지 않기도 했다. 장기 재임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기류다.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은 크게 반대할 일은 아니다. 사외이사의 임기가 제한되면 유착은 별론으로 하고 사외이사들이 장기 재임을 위해 경영진과의 관계를 소프트하게 할 유인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1년 정도의 유예 기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도입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에 갈등이 발생한 사안에서보다는 그런 일이 없는 평상시의 관계에 기초해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대립할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상시에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대해 독립성을 상실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유착이 아니라 사외이사가 회사의 사업 내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선임되면서부터 그 회사의 사업 내용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상근직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 이사회 결의에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매우 느린 속도로 학습이 이루어진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 해도 해당 회사에 대한 이해는 별개의 문제다. 회사의 중요한 사업장을 한 번 씩 돌아보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내이사만큼 회사를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이사회는 대개 사내이사가 주도하게 된다. 사외이사는 독자적으로 회사에 관한 정보를 발굴하고 검토해서 이사회에 임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는 회사에서 제공한다. 결국 분쟁 상황이 아니고 사회적인 파장이 큰 사안이 아니라면 경영진의 뜻에 따라가기 쉽다. 역설적이지만 이 문제는 재임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회사를 속속들이 잘 아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이 ‘쉽게’여기지 못한다.

또, 사외이사가 가령 6년을 재임한다면 그 사이에 경영진은 교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상장회사에서 사장, 부사장 등의 직위를 가진 사내이사의 재직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유착되자마자 이별일 것이다. 사외이사 장기 재임의 폐해는 유착보다는 금융권에서 종종 나타나는 바와 같이 사외이사들이 과도하게 지배구조에 무게를 차지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회사에 국한되는 문제다.

유착이 생긴다 해도 그것이 재임 기간과 비례하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유착이 실제로 발생하려면 1-2년이면 충분하다. 6년이 괜찮고 9년이 되면 더 심하다는 생각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될 수 없을 것 같다. 관련 논문들의 결론도 견고하지 못하다. 우리의 일반적인 사회생활 경험에서 나온 추정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장기 재임의 이점과 폐해가 동시에 있다고 본다면 사외이사 임기 제한을 도입하기는 하되 지금처럼 급하게 도입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원칙으로는 이 문제는 개별 기업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 기업지배구조란 나라마다, 산업마다, 회사마다, 시기마다 최적 모델이 다 따로 있다. 유연하게 할 여지를 줄수록 기업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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