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8(토)

people & opinion

대통령의 인사권, 은행장의 인사권 [thebell desk]

김장환 금융부 차장공개 2020-01-23 08:28:2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07: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행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고,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 선임 논란 질문이 나오자 꺼낸 말이다. 정부가 지난 3일 임명한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로 본점 문턱조차 아직 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기업은행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은행 경력이 없는 윤 전 경제수석의 행장으로서 출근을 노조에 막지 말라고 말 한 셈이다.

그 말을 전해들은 기업은행 노조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태생상 영향인지 노조에게 관대한 정부다. 심지어 일부 정책에 있어서는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까지 보인다. 그런 정부를 이끄는 장이 골이 잔뜩 나 있는 노조에게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를 달래주는 식의 말을 원했던 것 같은데, 그 탓인지 윤 행장 출근 저지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다"고 말했다.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국내 주요 은행과 그 행장들에게 들이댔던 잣대와 비교해보면 이질감이 크게 드는 발언이란 점은 되짚어보고 싶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2017년 말부터 채용비리란 광풍에 휩싸여 있다. 직원 채용에 특혜를 줬으면 기관 책임자인 은행장이 직접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정부 당국이 채용비리 고강도 조사란 태클을 걸면서 전 은행권으로 번진 기류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BNK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은행을 떠났고 구속 수감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2년 넘는 기간 동안 1심 재판조차 끝내지 못하고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당시 KEB하나은행장)이다. 이들은 직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느냐 안했느냐를 두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 정부 당국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당국이 직접 나서 은행과 그 행장을 채용비리로 옭아매는 건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일반 기업을 출입하던 당시에 특히 많이 들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그렇다고 쳐도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사기업으로 볼 수 있는 은행까지 이런 잣대를 대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공적 자금이 들어간 은행의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게 당연하다면 사기업인 은행 인사권이 회장과 행장에게 있는 것도 당연해 보였다.

공공기관 성향의 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이라고 해도 공적 역할과 의무를 기저에 깔고 가야 하는 건 맞다. 사기업으로 볼 수 있는 시중은행들도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선관주의 의무를 지닌다.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만 영위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고 공공재를 통해 수익을 낸다. 이쯤이면 시중은행을 단순한 사기업 범주로만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상법상 민간기업이기도 하다. 공적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다고는 해도 공공기관의 법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채용과 관련된 과오가 있었다고 해도 관행처럼 이뤄졌던 일을, 더욱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민간기업 오너에게까지 묻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오너가 직원 한명조차 마음대로 뽑지 못하는 게 오히려 더 희한한 일이다.

은행장들을 향한 채용비리 혐의와 재판은 어떤가. 은행 직원 선임이 대통령에게는 치외법권 같은 것일까. 아니면 대통령과 시중은행장의 채용 관련 사례는 동일한 잣대로 봐야 하는 사안 자체가 아닌 것일까. 그도 아니면 대통령보다야 급이 한참 낮은 시중은행장은 이하 직원 선임 권한을 주면 안되는 것일까. 대통령의 이번 말 한 마디로 머릿속을 스쳤던 여러가지 생각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4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편집인이진우등록번호서울아00483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