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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그룹, 혈액백 사업 철수하나 녹십자엠에스, 사업분할후 “통매각 검토”…담합 탓 2년간 사실상 영업중단 우려

강인효 기자공개 2020-02-12 08:18:4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1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C녹십자그룹이 ‘혈액백(헌혈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저장하는 용기·의료기기)’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그룹 내 혈액백 사업은 GC녹십자의 자회사인 ‘GC녹십자엠에스’가 담당하고 있다. GC녹십자엠에스는 혈액백 사업부문을 분할해 ‘GC녹십자혈액백(가칭)’을 신설한 뒤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11일 녹십자엠에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혈액백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진단시약, 혈액백, 혈액투석액, 당뇨 등 4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분할 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3월 24일 열리는 녹십자엠에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혈액백 사업부문 분할 승인 안건이 통과돼야 한다. 녹십자엠에스의 최대주주는 녹십자(작년 3분기 말 기준 41.85%)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이 63%인 만큼 해당 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녹십자엠에스는 분할 신설법인 사명을 녹십자혈액백으로 정했다. 녹십자혈액백의 발행할 주식의 총수는 50만주이며, 발행되는 주식의 총수는 10만주(액면가액 500원)다. 분할 존속회사인 녹십자엠에스에 10만주 전부(지분율 100%)가 배정돼 녹십자혈액백은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녹십자엠에스 측은 분할 목적에 대해 "혈액백 사업부문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적분할 완료 후 녹십자혈액백의 전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예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녹십자엠에스가 녹십자혈액백의 전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녹십자그룹의 혈액백 사업 철수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녹십자엠에스 전체 매출에서 혈액백 사업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혈액백 사업은 대부분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2016년 혈액백 사업 국내 매출은 168억원이었고, 이듬해에는 17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2018년에는 141억원으로 20%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30억원 후반대에서 30억원 초반대로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 녹십자엠에스가 대한적십자사에 혈액백을 공급하면서 입찰 단가를 담합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나면서 혈액백 사업부문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7월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혈액백 공동 구매 단가 입찰에서 예정 수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녹십자엠에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8억원을 부과했다. 녹십자엠에스는 2021년 11월 29일까지 6회에 걸쳐 해당 과징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녹십자엠에스는 혈액백 담합으로 인해 올해 1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부정당 업자 제재 처분’을 받아 2022년까지 앞으로 2년간 대한적십자사의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녹십자엠에스가 대한적십자사와의 혈액백 등의 거래를 통해 2018년 한 해 동안 거둔 매출액은 274억원으로, 이는 그해 회사 전체 매출(863억원·연결기준)의 30%가 넘는 규모다.

녹십자엠에스에 따르면 국내 혈액백 시장은 헌혈기관인 대한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에서 대부분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혈액백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한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의 입찰에 대한 녹십자엠에스 낙찰 점유율(대한적십자사 70%·한마음혈액원 100%)을 토대로 산출할 경우 2018년 기준 약 134억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녹십자엠에스의 혈액백 사업부문 매출 대부분이 국내(매출 비중 82%)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대한적십자사와의 거래 중단은 녹십자엠에스가 사실상 혈액백 사업부문을 영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다만 녹십자엠에스는 대한적십자사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결정의 원인이 되는 부정당 업자 제재 처분에 대해 이의 신청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및 처분 취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녹십자엠에스는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2년간 혈액백 사업을 원활히 영위할 수 없게 된다. 회사 측은 분할 후 신설되는 녹십자혈액백을 전부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마땅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 회사 100% 지분을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사실상 중단 선고를 받은 녹십자엠에스의 혈액백 사업부문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녹십자엠에스가 향후 녹십자혈액백 매각에 성공하게 될 경우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혈액백 사업부문이 녹십자엠에스에서 떨어져 나가면 녹십자엠에스의 외형 규모는 작아지겠지만,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녹십자엠에스는 2019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약 941억원으로 2018년보다 9%가량 증가하면서 영업손실폭을 조금 줄였다. 2018년 영업손실은 59억원이었다. 회사 측은 “지난해 공정위 과징금 및 투자주식손상 탓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녹십자혈액백 매각에 성공하게 될 경우 녹십자엠에스는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면서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녹십자엠에스는 작년 11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516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유상증자 결과 녹십자엠에스의 자본금은 2018년 말 약 48억원에서 2019년 말 약 106억원으로 늘었고, 자본잉여금 또한 크게 늘면서 자본총계 또한 증가해 부채비율은 2018년 말 282%에서 2019년 말 75%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부실 사업은 아니지만 향후 혈액백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측면에서 녹십자엠에스가 해당 사업부문을 분할한 뒤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매각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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