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는 화학사]SK종합화학의 승부수 '친환경 모빌리티'M&A 통해 다우케미칼·아르케마 사업부 인수…경량화 소재 집중
박기수 기자공개 2020-03-05 07:52:59
[편집자주]
달콤한 초호황기를 뒤로 하고 국내 화학사들은 너나 할것 없이 수익성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관적인 수익성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진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화학사들은 선뜻 답안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을 한 번에 뒤흔드는 중국 업체들의 등장도 위협이다. 더벨은 가지각색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는 국내 화학사들의 현주소와 그들이 직면한 과제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학업계는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환경 보호와 거리가 먼 화학업계도 해답을 찾아야 했다. SK종합화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SK그룹식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은 SK종합화학은 그럴듯한 답안지를 제출해야만 했다.미래 성장 사업을 낙점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중요했다. SK종합화학의 강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기술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이었다. 2004년 고성능 폴리에틸렌(PE)을 생산하기 위해 자체 연구에 돌입했던 SK종합화학은 2010년 자체 PE 상표인 '넥슬렌(Nexlene)'을 시장에 출범시켰다. SK종합화학은 넥슬렌을 알리기 위해 중국 최대규모의 종합화학 박람회인 '차이나플라스(Chinaplas)'에도 참가하기도 했다.
PE는 식품 포장 용기, 완구, 포장 필름 등 생활 속 여러 물건들의 원료로 쓰이지만, 자동차용 컴파운드 소재로 쓰인다는 특징도 있다. SK종합화학은 이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를 성장 사업으로 낙점했다. SK이노베이션(전기차 배터리), SKC(배터리 소재 동박) 등 그룹 차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군에 진출한다는 점과도 발맞춘 행보였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근거로는 회사가 생산하는 모빌리티 소재가 동등한 성능을 내면서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플라스틱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성장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삼았다. 2017년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프랑스 화학사인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부문을 약 4400억원에 인수했다. 두 M&A 모두 친환경 소재·패키징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최근 자사 인터뷰를 통해 "올해 4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르케마사(社)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 또한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면서 "업계 최고인 다우(Dow) 수준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밸류업(Value-up) 작업을 추진하여 시너지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돌파구가 없었다면 SK종합화학은 현재 꽤 답답한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체 PE 브랜드가 있지만 PE 사업이 속해있는 '화학소재사업' 부문은 전사 매출의 25%, 영업이익의 16%(2019년 3분기 기준) 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던 비교적 작은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레핀·아로마틱스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유화사업에서 책임져 왔다.
문제는 올레핀·아로마틱스 시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산업군이었다. 글로벌 시황에 수익성이 널뛰는 문제를 포함해,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4~5년 주기로 호황기와 불황기를 번갈아 맞이하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앞으로 호황기가 찾아와도 그 수혜를 중국 업체들에게 모두 내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짙다.
실제 SK종합화학은 지난해 매출 11조8547억원, 영업이익 4583억원을 기록해 3.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16년(9.8%) 이후 최저 수준의 영업이익률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다운사이클 진입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호황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2016~2017년(8.5%)같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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