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CFO 워치]현대엘리베이터, '현재냐 미래냐'…배당정책의 양면성배당성향 56% 결정, 4년 연속 주주가치 제고…성장기회 부족 암시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12 14:26:1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당에는 '기회비용'이 있다. 배당은 회계상 비용이 아닌 만큼 순이익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현금배당을 하면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데, 이는 곧 기업가치를 향상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줄이는 영향을 준다.

경영진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하게 된다. 주주에게도 배당은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부터 배당을 시작했고, 버크셔 해서웨이와 테슬라는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순이익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면 이는 주주와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의 재무적 정보를 토대로 자본을 조달할지 환원할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배당 규모나 보유 현금 규모를 정하는 것도 CFO의 역할이다. 기업이 잉여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할 경우 과잉투자의 요인이 발생한다. 배당규모가 지속적으로 작게 유지될 경우 배당수익률이 낮아져 주주자본이 이탈하는 결과가 생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2019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9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44억원, 배당성향은 56%로 정해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5억원의 보수 외에도 19억원을 배당금으로 받게 됐다.

2016년 이후 4년 연속 배당이 이뤄지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회사가 성숙기에 접어든 걸 알 수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확보되고 있는데, 투자는 줄어 '양(+)의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 추이를 살펴보면 주주는 현금을 쌓기보다 분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2년 이후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영업 현금흐름은 1723억원으로 전년보다 73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 현금흐름은 76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투자 현금흐름은 3년 연속 감소세다. 2018년과 2019년 3분기 투자 현금흐름은 각각 1364억원, 1418억원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2861억원으로 집계됐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당기순이익과 배당성향이 반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이익 규모는 이전보다 줄었는데 배당금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 미래의 경영성과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배당금이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럽다. 순이익이 줄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경영상황이 불확실해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금배당을 줄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16년 1169억원을 기록한 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435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보다 늘었다. 그럼에도 '파이'는 이전보다 완연하게 축소됐다.

이 같은 흐름을 살펴보면 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투자활동을 통한 기대수익보다 현금배당으로 인한 현재 수익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활동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갈 미래 수익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배당보다 투자에 무게가 실린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452억원을 들여 자사주 81만6000주를 취득했다. 이는 투자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잉여현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배당과 이익잉여금이 동시에 늘어나는 건 현대엘리베이터의 투자기회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투자처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를 제조해 설치하는 업체다. 승강기 판매 매출은 2017년 1조4000억원을 기록, 정점을 찍은 후 정체됐다. 승강기 설치 및 보수 사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전방사업인 글로벌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본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 전략과 배당정책을 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권기선 재경구매부문장(상무이사)이다. 권 상무는 지난해 5월 장병우 대표이사가 작고하면서 임시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권 상무는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출신으로 재무 부문에서 주로 근무했다. 2014년 문동일 CFO의 후임으로 현대엘리베이터로 자리를 옮긴 후 현재까지 CFO를 맡고 있다. 현 대표이사는 송승봉 대표이사 겸 미래혁신부문장이다.

배당 정책만을 놓고보면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 투자의 기회를 살펴보고 현재의 주주가치와 미래 기업가치 사이에서 균형잡힌 재무전략을 짜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