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입찰]'향수·화장품' 매장 유찰 눈치게임…복병은 누구?'앙숙' 롯데·신라면세점 복잡한 셈법…임대료 인하 vs 규모의 경제
김선호 기자공개 2020-03-16 08:44:1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3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 제1여객티미널 향수·화장품(DF2) 영역 1차 입찰이 유찰되자 롯데·신라·현대백화점면세점이 재입찰에 참여할 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2차 입찰까지 유찰돼야 최저수용금액(최저 임대료)이 인하되는 가운데 여러 경우의 수가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먼저 인천공항 1차 입찰에서 롯데와 신라는 주류·담배(DF4, DF3),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패션·기타(DF7)를 차지했다. 남은 구역은 향수·화장품(DF2)과 패션·기타(DF6)다. 향수·화장품 구역은 높은 임대료(최저수용금액) 부담으로 인해 신청자가 없었으며 패션·기타는 현대백화점면세점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그 중 매출이 가장 높은 향수·화장품 영역 재입찰이 업계의 주된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상 업계는 인천공항 향수·화장품 재입찰도 유찰되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2차 입찰까지 유찰되어야지만 최저수용금액을 인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입찰에서 향수·화장품을 차지하기 위해 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롯데와 신라면세점까지 입찰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도 풀이된다.
당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내와 인터넷면세점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출국장 면세점은 정체된 상태”라며 “이 와중에 인천공항이 현재 제시한 최저수용금액보다 높게 고베팅을 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 면세사업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4곳이다. 그 중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향수·화장품 영역을 이미 운영 중에 있기 때문에 동일 품목의 영역을 추가로 획득할 시 독과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입찰 대상 향수·화장품을 두고 격전을 펼칠 수 있는 곳은 롯데·신라·현대백화점면세점 세 곳으로 압축된다.
이 세 곳이 모두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당연히 유찰된다. 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점포 확장을 통한 외형성장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복병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무역센터점에 이어 지난 달 동대문 두산타워에 2호점까지 개점한 상태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최대 매출 품목인 향수·화장품 영역까지 획득할 시 시내면세점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부담이 생기더라도 추가 점포 확장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키면 납품가를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부담을 시내면세점 수익으로 상쇄시킬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롯데 혹은 신라면세점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인천공항은 1차 입찰 시 제시한 최저수용금액 기준으로 입찰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면세사업자는 1차 입찰 시와 같은 임대료 부담을 그대로 짊어지게 된다.
때문에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향수·화장품 입찰 여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이어 누구 한 곳이라도 입찰을 진행할 시 나머지 한 곳은 눈치 싸움에서 밀려 최대 매출 점포를 잃게 된다. 만약 사전 협의를 통해 의도적으로 입찰을 유찰시킬 시 담합에 의한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
2차 입찰이 유찰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으나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를 두고 롯데·신라면세점 간 물 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대백화점면세점만 단독 신청해 유찰될 수도 있으나 오랜 기간 앙숙으로 지내온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서로를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모든 면세사업자가 입찰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기는 하나 이를 사전협의 할 수 없지 않냐"며 "경쟁사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조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 면세사업자 4곳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은 모두 "재입찰 공고가 나오면 입찰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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