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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매그나칩 파운드리 인수에 왜 PEF 앞세웠나 바이아웃 대신 투자자로 선택지 넓혀…영리한 전략 돋보여

조세훈 기자공개 2020-03-18 10:20:4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를 전면에 내세운 진짜 이유는 뭘까. 경영권 인수 방식을 택했을 경우 인수 자금을 비롯해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한편 외부자금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향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공동 무한책임사원(GP)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를 추진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 펀드에 후순위 출자자(LP)로 참여, 전체 지분의 50%-1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다른 투자자인 새마을금고는 선순위 출자자로 50%+1주를 가져간다. 두 곳은 각각 2000억원씩 투자, 전체 4000억원을 모아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를 인수할 예정이다.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 펀드에 출자하는 전략을 택한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은 사업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파운드리 사업에 수천억원을 단독 투자하면 향후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 반도체 업종은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이어지며 최대 실적을 구가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부진이 시작됐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사상 유례없는 전세계적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향후 발생 가능한 사업재편과 인력 구조조정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지난해 상반기 진행된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 예비입찰에서도 알케미스트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든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장 필요한 수천억원의 인수 자금 부담도 상당부분 축소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4조원(작년 연결기준) 가량으로 4000억원 정도의 인수 자금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SK그룹이 그 동안 보여준 다양한 M&A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또 한번 외부 자금 유치를 이끌어 내면서 금전적 부담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이는 과거 SK그룹 계열사들이 보여준 시장 친화적 행보와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2년 전 SK텔레콤은 물리보안업체 ADT캡스를 2조9700억원에 인수할 당시 PEF와 공동 인수 방식을 택했다. 경영권 지분(55%)만 가져간 SK텔레콤은 ADT캡스 나머지 잔여지분은 맥쿼리, 케이스톤, 대신PE를 초청해 인수했다. 같은 해 SK플래닛은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11번가를 분사하면서 H&Q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또 지난 2년 간 SK그룹은 IMM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베트남 빈그룹과 마산그룹에 1조원 이상을 공동 투자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 익숙하고 활용 노하우가 쌓인 점을 십분 활용해 이번 투자에도 PEF를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PEF를 통해 출자한 데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2017년 중국계 사모펀드 회사가 반도체 회사인 래티스반도체 인수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우시산업집단과 파운드리 합작사(JV)를 설립한 SK하이닉스는 혹여나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인수를 거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JV에는 총 3억5000만달러를 출자했으며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50.1%, 우시산업집단이 49.9% 지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후순위로 참여하는 알케미스트의 취득 규모를 50%-1주로 설정한 데는 경영권 참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IB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중국 기업과 파운드리 합작사를 설립해 놓은 것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며 "미국 자산을 중국에 팔 일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지분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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