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 코로나19 뚫은 美 주문…유증 탄력 마이크론, MSAP 대규모 물량 확보…미세회로공정 라인 추가 증설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18 15:22:3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부품사 심텍이 미국 메이저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과 대규모 장기 계약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 부품 수요가 아직 견고하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내달 소화하는 92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심텍은 전일 MSAP(Modified Semi-Additive Process) 공법을 적용한 반도체용 미세회로 기판에 대해 마이크론과 공급 계약(1100억원 규모)을 체결했다. 최근 연간 매출액(1조75억원)의 11%에 달하는 규모다.
◇심텍-마이크론, 대규모 장기 계약 체결…AI·빅데이터 고속 팽장 '큰 흐름'
이번 납품 계약은 이례적 장기 계약(3월~12월)이다. 본래 심텍은 업계 관행상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주간 혹은 월간 단위의 구매주문서(PO)를 통해 거래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마이크론이 올해 말까지 공급받을 물량을 단번에 접수한 셈이다. 심텍 본사의 수주 물량과 별도로 일본 계열사(심텍그래픽스)까지 수주 물량(3200만달러 규모)을 확보했다.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빅사이클'을 준비하던 반도체 산업도 불확실성이 대두돼 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오히려 연말까지 반도체 부품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결단을 내렸다. 코로나19 여파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장의 고속 성장이라는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한 셈이다. 역설적으로 온라인 쇼핑과 재택 근무로 트래픽이 급증해 중국 기업의 서버 투자가 살아났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심텍이 장기 계약을 체결한 MSAP 제품은 모바일 D램과 낸드, GDDR6(그래픽 D램) 등의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메모리 모듈 인쇄회로기판(PCB)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한 데 이어 고부가가치인 MSAP의 글로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에 착수한 것도 MSAP 생산능력(월 3만5000㎡→4만㎡)을 키우려는 시도다.
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PCB 공단이 중국 우한에 위치해 있어 코로나19의 타격이 컸다"며 "PCB 수급이 상당히 빡빡한 것도 심텍이 장기 계약이라는 성과를 낸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물량도 추가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일시 수주로 올해 연간 사업 목표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로 각각 1조1500억원, 900억원을 설정했다. MSAP 생산능력 확대로 부문 매출을 2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은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올해 고부가가치 MSAP 위주로 제품 구조를 변경하면 영업이익률이 8%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924억 유증 단행, MSAP 증설…대규모 수주, 코로나19 여파 돌파
심텍은 MSAP 증설과 차입 감축에 나서고자 924억원 규모(예정발행가 주당 1만150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식 시장에 주저앉은 터라 최종발행가는 예정가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당초 계획보다 유증 규모가 다소 축소될 여지가 있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총 발행주식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분 희석의 부담이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결실이 명확한 용처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유증을 단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유상증자 절차를 밟아가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실물경제에 대한 위협은 금새 국내외 금융시장으로 번졌다. 유증을 진행하는 발행사 입장에선 마음을 졸일 수 있는 이슈다. 그러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저력을 입증한 만큼 내달 마무리하는 유상증자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20일이다. 구주주 청약일은 내달 23일~24일이다. 신주의 최종발행가액은 내달 20일 확정된다. 주식대금 납입일은 5월 6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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