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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이규성 정신' 깃든 코람코운용, 10년 '뚝심' 변화올까종합금융사 도약 중심축…지난해 LF로 주인 교체 '변곡점'

이효범 기자공개 2020-03-25 13:05:10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4: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부동산 운용사들 사이에서 보수적인 문화가 짙은 회사로 유명하다. 내부 인력들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고속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오랜기간 꾸준함을 무기로 주고객인 기관투자가와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코람코의 창립자이자 고위 공직자 출신인 이규성 전 코람코자산신탁 회사발전협의회 회장의 창립취지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운용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종합금융사로 도약한다는 지향점 아래 그들만의 속도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2018년부터 부동산펀드 뿐만 아니라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조직 재정비도 한창이다.

다만 코람코자산운용은 현재 변곡점에 놓여있다. 모기업인 코람코자산신탁의 최대주주가 대기업인 LF로 주인이 바뀌면서다. LF의 손자회사가 된 코람코자산운용은 당장 독립 경영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내부에서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코람코, 2010년 운용사 설립…리츠·부동산신탁·펀드 3대 사업 축

코람코는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이 전 회장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금융사, 소액주주들과 함께 2001년 창립한 회사다. 그는 IMF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경험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유동화해 줄 수 있는 금융회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코람코자산신탁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자산유동화를 돕는다'는 대의 아래 출범했다.

코람코(KORAMCO)라는 사명도 한국자산관리회사(Korea Real Asset Management Company)의 영문 앞글자들을 조합해 만들었다. 출범 초기 핵심사업도 이 회장의 창립 취지와 부합하는 기업구조조정(CR)리츠 운용이었다. 그리고 현재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한 부동산신탁업으로 점차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설립된 건 2010년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100억원을 출자해 현재까지도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당시 코람코자산신탁은 설립 10년을 맞아 종합금융회사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가치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사업영역은 부동산에 국한돼 있는데, 운용업 진출로 종합금융회사로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자산운용사는 부동산신탁사에 비해 사업영역이 더 다양하다. 또 당시에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와 펀드 운용사가 법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코람코자산운용을 만들어 부동산 자산을 리츠와 펀드에 선택적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리츠와 펀드 겸업이 허용된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사업부를 코람코자산운용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코람코자산운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형식상의 변동일 뿐 물리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펀드 설정액 3조, 완만한 성장세…꾸준함으로 기관 신뢰 구축

코람코가 부동산에 기반해 리츠나 부동산신탁업을 주로 영위해왔던만큼 코람코자산운용도 초기에는 부동산펀드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0년 설립된 이후 올해로 창립 10년이 넘었지만 운용자산은 작년말까지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2018년말 2조원대 였지만 2019년에만 이례적으로 1조원 넘게 성장했다.

2010년 부동산 전문 운용사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작년말까지 운용자산을 15조원 규모로 키웠다. 이와 비교하면 코람코자산운용의 성장세는 다소 더디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2016년을 전후해 다른 운용사들이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릴때에도 코람코자산운용은 국내 투자에 주력했다.


특히 코람코자산운용은 리스크관리를 중시한다. 창립자인 이 전 회장의 성향과도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미미한 징조일지라도 위기를 감지하고 이에 대비하는 태세를 항상 강조해왔다. 그래서 코람코자산운용도 다수의 딜을 발굴하기 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고객자산을 굴릴 수 있는 딜을 찾는데 주력해왔다.

이같은 스타일은 급여체계와도 연관된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기본급이 높은 편이다. 부동산 전문 인력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서 다수의 딜을 소싱하기 보다 장기간 근속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른 운용사에 비해서 인력유출입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주고객인 기관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얻은 비결이기도 하다. 부동산펀드는 만기가 5년 이상으로 긴 편이다. 딜을 소싱한 담당자가 펀드 만기에는 다른 자산운용사로 이직해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수익자는 투자한 부동산펀드를 가장 잘 아는 기존 담당자가 엑시트까지 완료하길 기대한다. 코람코자산운용의 급여 체계는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고객 만족도에 부합하도록 짜여져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운용에서도 인력 유출이 있긴 하지만 다른 운용사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며 "반대로 신규 인력을 자주 채용하는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 근무하는 인력들이 업무 경험과 노하우 등을 전수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전통자산 등 투자영역 확대 '조직 재정비'

코람코자산운용은 2018년 부동산에 국한됐던 투자영역을 다변화했다. 내부에 인프라부문, WM사업본부, 개발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특히 인프라투자 분야에서만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전응철 대표를 인프라부문 수장으로 영입했다.

또 WM사업본부를 설립해 전통자산 투자도 확대했다. 주로 전문투자형사모펀드를 설정해 주식, 채권, 메자닌, 비상장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하는 상품 설정을 구상 중이다. 작년말 기준 코람코자산운용의 주식과 채권 운용규모는 각각 170억원, 150억원이다.

올들어 운용조직도 한층 더 세분화했다. 지난해까지 4본부 12개팀이었던 조직을 5본부 14개팀으로 확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각 본부별로 흩어져 있던 해외투자 담당자를 한데 모으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해외투자운용본부를 신설했다. 해당본부는 산하에 2개팀을 두고 있다.

자산운용 조직도

또 인프라부문을 더 키우기 위해 산하에 있는 인프라팀을 1팀과 2팀으로 쪼갰다. 인프라부문은 최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석유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베트남 지하석유비축기지구축사업 협약을 체결하며 베트남 인프라금융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블라인드펀드를 담당하는 WM본부는 본부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멀티에셋운용본부로 본부명칭을 바꿔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본부는 전통자산과 간접투자자산의 황금비율을 찾아 위험대비 높은 수익을 목표로 자산을 운용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이처럼 투자자산을 다변화하면 고객들에게 자산 만기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전통자산, 만기 5년 안팎의 부동산 자산, 만기 10년 이상의 인프라자산 등을 활용해 고객 수요에 맞춤형 상품 공급을 구상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조직 개편의 핵심은 각 운용역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팀을 세분화해, 팀별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위원회 폐지, LF 재무통 '비상근감사'…내부 긴장감 고조

업계에서는 그러나 지난해 LF가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면서 손자회사인 코람코자산운용도 변곡점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LF에 인수된 이후 '태풍의 눈'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잠잠하지만 적잖은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LF는 지난해 3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50.74% 매입을 완료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기존 코리안리재보험(9.7%), 이규성 회장(5.7%), 기타주주(35.4%) 등이 보유한 주식 111만8618주를 1898억원에 인수했다. 단순 계산으로 1주당 매입가격은 17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코람코자산운용은 여전히 코람코자산신탁의 100% 자회사로 있다.


인수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은 정준호 대표이사 사장과 차순영 경영부문장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기존 대표직을 수행했던 윤용로 회장은 코람코자산신탁 이사회 의장직만 맡아 회사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이와달리 코람코자산운용의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는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다. 다만 감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차 사장이 비상근감사를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LF에 인수된 이후 코람코자산운용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로 안다"며 "코람코의 대주주가 대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에게 기존과 다른 방식의 업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인력 유출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LF의 손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독립경영 체제에는 변함이 없다"며 "LF 측이 코람코자산운용에게 별도로 요구하는 방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금융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지향점으로 삼고 나아가면서, LF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차차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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