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흔들어 놓은 캐릭터가 있다. 그 이름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 자칭 ‘빙그레 나라’ 왕자인 그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올 법한 꽃미남 얼굴에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쓰고 ‘빵또아’ 바지를 입고 빙그레 B로고로 만든 귀걸이 등을 하고 있다. 모두 빙그레를 상징하는 제품들이다. 소비자들은 빙그레의 센스 있는 B급 마케팅에 열광하고 있다.돌아보면 빙그레우스의 탄생은 하루 이틀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그동안 빙그레는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많이 해왔다.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를 콘셉트로 한 ‘옐로우 카페’, 축구선수 손흥민에 이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을 활용한 ‘슈퍼콘’, 인기 캐릭터 펭수가 출연한 ‘참붕어싸만코’까지 잇따라 대성공을 이뤘다. 신선하면서도 과감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례다.
그러나 정작 빙그레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오래된 식품업계가 그렇듯 다른 업계 대비 보수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와 투게더 아이스크림, 1983년생 요플레와 1986년생 꽃게랑 등 지금까지도 빙그레를 대표하는 장수 제품들에서 이런 기조를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상당히 많은 신사업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그레가 ‘마케팅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기업의 오랜 고민이 녹아 있던 덕분이다. 장수 제품이 주력인 탓에 주 소비층이 함께 나이 들고 있다는 본질적인 고민을 안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미래의 고객이 될 10대·20대를 이해하고 이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빙그레가 젊어질 수 있는 작업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성공은 마케팅 작업을 전적으로 실무진에게 믿고 맡긴 임원진의 안목과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전창원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은 50~60세로, 빙그레가 시도하는 마케팅의 주 타깃층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조그만 시도들을 인정해주고 그 결과들을 잘 주시한 다음, 추후에 좀 더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해태아이스크림 지분이 빙그레로 넘어갔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장수 제품인 부라보콘, 누가바, 쌍쌍바 등과 빙그레의 마케팅 역량이 접목되는 효과를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빙그레가 지속해온 고민들이 해태아이스크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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