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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경영' 미원상사, 동남합성 '적대적 M&A'로 눈길 [진격의 중견그룹]③경쟁사 인수, 손익·재무 개선…코스닥 잉크테크 지분 매집에 회자

신상윤 기자공개 2020-04-14 08:37:47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6: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초 및 첨단정밀 화학소재 전문기업 미원상사그룹은 60년 이상 시장에서 생존한 중견기업이다. 세제와 같은 생활용품을 비롯해 반도체 등 첨단정밀 제품용 화학소재를 공급하는 미원상사그룹은 전형적인 B2B 기업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에 5개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업설명회(IR)를 비롯해 김정돈 회장 등 오너일가의 언론 노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미원상사그룹이 투자자 사이에서 '은둔형 경영'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미원상사그룹이 자본시장에서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계면활성제 시장을 두고 경쟁했던 동남합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다.

동남합성은 1965년 10월 창업자 고(故) 이의갑 전 회장이 설립한 동남합성공업이 모태다. 이 전 회장은 1939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상과를 졸업하고 그해 일본 횡빈 해상화재보험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한염료 전무이사를 거쳐 흥일산업진흥 주식회사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창업한 동남합성은 1968년 국내 최초로 계면활성제 수출, 1997년 생분해성 계면활성제 개발 등 관련 시장과 기술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계면활성제는 용매에 녹아 물체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물질이다. 세제나 섬유 등 전 산업부문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한국계면활성제·접착제공업협동조합 1~3대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업계 발전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공들여 일군 회사는 2세 승계 과정에서 경쟁사인 미원상사그룹 품으로 넘어갔다. 배경은 이렇다. 생전에 동남합성의 경영을 장녀 이지희 전 대표이사에게 넘겨줬지만 2011년 11월 이 전 회장은 차녀와 함께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린 셈이다. 이듬해 1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상정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되며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틈을 미원상사그룹이 파고들었다. 미원상사와 계열사 태광정밀화학은 2003년 1월 동남합성 주식을 투자 목적으로 처음 사들였다. 이후 김정돈 회장을 비롯해 미원상사그룹의 계열사 미성종합물산, 미원화학 등이 동원돼 지분 매입에 속도를 냈다.

부녀(父女)간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던 2011년말 미원상사그룹이 김 회장 등과 계열사가 보유한 동남합성의 지분은 26%를 넘어섰다. 당초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도 변경했다. 당시 이지희 대표이사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30%가 넘었지만 갈등으로 지배력을 한곳에 모을 수 없었던 만큼 경영권 분쟁의 승기가 미원상사그룹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2012년 3월 동남합성 정기주주총회에서 당시 양종상 미원상사 전무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당초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사퇴한 뒤 같은 해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돼 사실상 동남합성 경영권을 확보했다.

미원상사는 동남상사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계면활성제 부문 경쟁사 인수와 기술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결과적으론 적대적 M&A였다는 오명을 피하진 못하게 됐다.

동남합성은 현재 김 회장(3.78%)을 비롯해 미원홀딩스(40.04%), 미원상사(11.04%) 등과 특수관계인이 56.43%를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손응주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동남합성은 미원상사그룹에 편입된 후 손익 및 재무구조를 상당히 개선했다.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했던 2011년 매출액 598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매출액 1261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각각 기록, 성장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3%포인트 감소한 27.7%로 낮아졌다.

업계에선 최근 동남합성 사례가 회자하고 있다. 김 회장이 최근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잉크테크를 지켜보면서다. 김 회장은 2019년 6월 잉크테크 전환사채 인수를 시작으로 장내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지분을 매입하며 CB 등을 포함해 9.9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잉크테크는 에너지경화수지(UV) 사업부문과 관련해 김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미원스페셜티케미칼로부터 원재료를 일부 구매하는 등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회사다.

올해 잉크테크 정기주주총회에는 양종상 전 미원홀딩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진입했다. 그는 잉크테크 창업자 정광춘 대표이사와 각자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양 대표이사는 앞서 미원상사그룹의 동남합성 인수 후 첫 대표이사로 선임됐던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잉크테크가 미원상사그룹 출신의 대표이사를 선임한 만큼 손익 등 재무 측면에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동남합성의 전례가 있었던 만큼 향후 지분 확대 등을 통한 경영권 인수와 같은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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