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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이커머스 생존기]4000억 손실 줄인 쿠팡, ‘마진율’ 손질 빛 봤다②제조사 직거래 늘리며 원가 절감…'지속 개선 vs 일회성' 두고 관심 집중

정미형 기자공개 2020-04-21 08:38:11

[편집자주]

이커머스 업계가 일제히 2019년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각 업체는 '아마존 성장 모델'을 따르는 쿠팡의 뒤를 쫒는 데서 벗어나 각자의 생존전략을 모색했다. 현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도기를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들의 전략과 실적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6일 15: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동기대비 축소되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애초 적자폭이 1조원보다 더 커졌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으나 이와 정반대의 성적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목표해온 '규모의 경제' 실현에 쿠팡이 접근해가고 있는 분석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조1530억원, 영업손실 72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64.2% 증가하며 기존 4조원대에서 7조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손실 폭도 지난해 1조원대에서 4000억원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업계 복수 관계자들은 “쿠팡이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며 “시장에선 지난해 쿠팡 적자가 1조7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수 천억원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쿠팡이 영업손실을 7000억원 넘게 내고도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아진 협상력…‘규모의 경제’ 이뤘나

이커머스 업계는 적자경영이 일상화돼 있다. 매일 초저가를 앞세운 '특가 전쟁'을 펼치며 출혈을 감내해왔기 때문이다. 매출을 끌어올리며 이를 소화하기 위한 물류시스템 확충에도 아낌 없이 자금을 쏟아부었다. 때문에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산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지 못하면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측면에서 쿠팡은 흑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첫 반등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쿠팡은 적자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적자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오히려 투자를 확대해왔다. 아마존의 성공모델을 따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어도 시장점유율을 가져오자는 게 쿠팡의 전략이다. 동종업계인 위메프와 티몬이 같은 전략을 쓰다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쿠팡은 기존 전략을 고수했다. 지금 쿠팡의 턴어라운드가 '구조적 흑자'에 따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매출원가율을 낮춘 데 있다. 쿠팡은 2018년 95.3%까지 치솟았던 매출원가율을 지난해 83.6%로 10%포인트 넘게 낮췄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매출원가율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의 매출원가율은 2016년 이래 꾸준히 상승했다. 2016년 79.7%, 2017년 80.8%, 2018년 83.2%, 2018년 95.3%를 기록했다. 매출액이 증가세를 보임과 동시에 매출원가 부담도 같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는 이 비중이 줄어든 덕분에 매출총이익률, 즉 마진율이 개선됐다. 매출원가율과 매출총이익률은 반비례한다. 다시 말하면 2018년 매출액 중 4.7%에 불과했던 마진율이 지난해는 16.4%로 상승했다는 뜻이다.


◇예상 깬 ‘로켓성장’…매출원가율 95.3%→83.6%로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익구조나 매입단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매입단가를 낮추고 거래액을 늘려 수익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 각종 비용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마진율을 높이는 작업을 해왔다. 2018년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어느 정도 몸집을 불렸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 제조·공급상과의 협상을 진행해오며 납품단가를 낮추고 마진율을 높였다. 특히 중간 유통상(공급상)을 끼지 않고 직접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는 구조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마진율을 최대화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식품포장기업 크린랲과 불거진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쿠팡은 제품을 크린랲 본사와 직거래로 납품받기를 원하며 기존 중간 유통상(공급상)과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반발한 유통상은 불공정거래로 쿠팡을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쿠팡의 조치가 불공정거래인지는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그만큼 쿠팡이 몸집을 불리며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제품 마진율을 높이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 데에는 가파른 매출 성장이 있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규모의 경제를 이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의 구매 협상력이 유통 빅3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동안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협상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마진을 줄이더라도 쿠팡에 입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파트너사여도 쿠팡의 납품단가가 더 낮은 경우가 있다”며 “과거에는 쿠팡의 협상력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마진율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쿠팡을 둘러싼 경계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번 실적 개선세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직 로켓배송이나 쿠팡 플렉스 같은 배송이나 인건비 비용 구조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쿠팡의 실적 개선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 확대와 주요 카테고리 성장, 고객 수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며 “향후에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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