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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DB그룹 전철' 밟나…채권단의 상투적 접근김준기 회장 사재출연 이어 핵심계열사 모두 매각에도 그룹 와해…효과 '불투명'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17 17:01:2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7일 16: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 발 '재무 리스크'로 두산그룹의 알짜 계열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차입 규모가 워낙 커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채권단이 지원한 1조원에 이어 추가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한 만큼 핵심 계열사 매각이 불가피하다는게 채권단의 기류다.

시장은 두산솔루스(2차전지용 동박)와 두산모트롤(유압기기), ㈜두산의 산업차량 부문까지 M&A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현금 창출력이 우수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알짜 계열사로 거론되는 곳이다. 즉 M&A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살리려면 '애끊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채권단의 이 같은 요구가 두산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크게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재계는 두산그룹이 DB그룹(옛 동부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DB그룹은 재계서 '비운'의 그룹으로 알려졌다. 과거 화학과 철강, 건설 등 '중후장대'와 반도체와 로봇 등 '경박단소' 산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은 맨손으로 창업해 재계 10위권의 그룹으로 일궜다.

그는 1970년대 대학시절 모은 종잣돈으로 소규모 건설회사와 고속버스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외형을 넓히면서 2010년 DB그룹의 국내 계열회사만 무려 32개(상장사 5개)에 달했다. 2013년 비금융부문의 매출만 8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DB그룹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2000년대 초중반 금융권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 반도체와 철강 상공정(전기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반도체와 철강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였지만, 시기가 나빴다.

동부제철은 2007년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약 1조원을 빌려 전기로 3기 준공에 들어갔다. 동부제철은 냉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포스코 등에서 열연을 구매했다. 당시 전기로 열연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전기로를 준공할 경우 원가 절감과 열연 판매가 가능해 '1석 2조'의 효과가 있었다.

그룹의 투자 판단은 현실성이 높았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2000년대 진행된 대규모 투자로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 등 그룹의 계열사는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됐다. 동부제철의 부채비율은 300%에 육박했고, 단기성 차입금은 1조원에 육박했다. 같은해 동부하이텍의 부채비율은 400%를 넘었다.

출처 : 한국기업평가

DB그룹은 2013년 11월 주요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해 3조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구계획에는 △동부인천스틸 △동부특수강 △동부발전당진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당진항만 등 계열사 매각과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이 담겼다.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그룹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구안에 대해 평가했다.

2014년 동부발전당진이 SK가스에 팔렸고, 동부특수강은 현대제철에 매각됐다. 이듬해 동부건설이 넘어갔고, 동부익스프레스는 2017년 사모펀드에 팔렸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일부 계열사는 자구계획에는 담겼지만 매각이 불발됐다. 그렇다면 DB그룹은 자구계획을 통해 재무구조가 건전해졌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DB그룹은 계열사를 대거 매각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핵심 계열사를 살리진 못했다. 채권단은 2016년 동부제철의 출자전환을 추진했다. 당시 동부제철은 매년 2000억원대 금융비용으로 결손금을 쌓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자본금을 까먹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 게 원인이었다. 현재 동부제철은 KG그룹에 인수됐다. 동부대우전자는 2018년 대유그룹에 매각됐다.

동부제철은 매년 2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그룹의 '캐시카우'였다. 비금융 계열사 매출의 40% 가량이 동부제철에서 나왔다.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했다.

하지만 비금융 계열사들이 매각되면서 그룹의 외형은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계열회사는 20개(상장사 4개)로 집계됐다.

DB하이텍과 DB메탈 등 제조 계열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금융 계열사다. 그나마 주요 계열사인 DB손해보험과 DB하이텍에서 5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고 있다. 결국 DB그룹은 2013년 불거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의 '왼팔과 오른팔'을 모두 잘라냈다.


동부특수강과 동부제철, 동부건설의 매각은 산업적 측면에서 어땠을까.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실적과 재무구조는 이전보다 비교적 안정됐다. 동부특수강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면서 그룹의 수직계열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철강산업의 '공급사슬' 관점에서는 부정적 측면이 컸다는 게 철강업계의 시각이다.

두산그룹의 '고강도 자구계획'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는 것도 DB그룹과 STX그룹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및 사채는 약 4조8000억원이다. 부채규모가 워낙 커 그룹의 알짜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두산그룹의 현금창출능력이 더 악화돼 '디폴트'에 빠질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알짜 계열사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오히려 채권단은 구조조정의 성과도 얻지 못하고 두산그룹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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