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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이커머스 생존기]'내실 경영' 11번가, 전략적 비용통제 통했다⑤무분별한 마케팅비 '선택과 집중' 집행…올해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

정미형 기자공개 2020-04-23 08:17:33

[편집자주]

이커머스 업계가 일제히 2019년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각 업체는 '아마존 성장 모델'을 따르는 쿠팡의 뒤를 쫒는 데서 벗어나 각자의 생존전략을 모색했다. 현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도기를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들의 전략과 실적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가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다. 만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이래 받아든 첫 연간 성적표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출혈을 마다치 않는 무한 경쟁에서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으로 선회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한 셈이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678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액은 5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6744억원보다 20% 이상 줄었다. 매출 인식 기준이 변경되면서 차감된 부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12%가량 감소한 수치다.

11번가 독립법인의 수장으로 온 이상호 대표의 첫 과제는 수익성이었다. 이커머스 업체 중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는 흑자를 내는 곳이 전무한 가운데 업체 간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때였다. 비전펀드 같은 든든한 뒷배가 있는 쿠팡처럼 사모펀드 등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11번가도 투자자 물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던 가운데 2018년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내실 경영은 IPO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마케팅·인건비 줄이고 '효율성' 집중

당장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 택한 전략은 비용통제였다. 이전까진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 등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이에 11번가는 무분별하게 발급하던 쿠폰 발행을 중단하고 초저가의 미끼 상품도 대부분 없앴다.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11번가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혜택을 몰아줬다.

효과는 마케팅 비용 감축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8년 월평균 95억원이 투입되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8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이 포함된 지급수수료 항목도 344억원에서 지난해 227억원으로 축소됐다.

비용 효율화를 위해 직매입 사업도 줄였다. 11번가는 생필품 사업 위주로 직매입 사업을 전개해왔다.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음성인식 기기 ‘누구’를 통해 11번가 쇼핑이 가능한데, 이때 제공하는 항목들이 직매입 상품이다. 서비스 연계를 위해 중단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전략적으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건비도 줄였다. 2018년만 해도 월평균 89억원 들어가던 종업원 급여를 지난해 59억원으로 30억원 가까이 줄였다. 용역 업무를 수행하는 데 발생하는 용역원가도 크게 절약했다. 2018년 월평균 2억7000만원에 달하던 용역원가는 지난해 월평균 1600만원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이나 인건비 등이 가장 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수익성 개선을 노리는 업체들이 보통 손 데는 항목”이라며 “11번가의 경우 분사 후 제대로 된 첫 실적이기 때문에 더욱 수익성에 신경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 확대' 버린 것 아니다…'커머스 포털'로 성장 발판

일각에선 '허리띠 졸라매기식' 흑자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투자 활동이 줄어든 점에서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018년 9월부터 12월까지 마이너스(-) 470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024억원을 기록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플러스 전환은 그만큼 투자활동으로 유출된 돈보다 유입된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1번가는 이에 필요한 투자는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처럼 물류센터를 새로 만들거나 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아니지만 11번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나 시스템 구축 같은 면에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11번가는 지난해 기술 관련 인력 충원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쇼핑 정보부터 상품 검색, 결제 등 쇼핑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 ‘커머스 포털’을 내세우며 개발자 100명을 우선 영입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편의성을 도모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1번가가 가격보다는 기술 부분에서의 경쟁력을 고집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최저가 검색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구매로 이어지는 키포인트였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바로 보여주는 기술을 통해 객단가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전문가인 이 대표가 수장으로 오고 나서 기술에 방점을 찍는 경향성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11번가는 올해 다시 ‘외형 성장’이란 목표를 꺼내 들었다. 물론 이전의 성장 전략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수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성장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메프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를 이어가는 실용주의 성장 전략과도 비슷하다.

11번가 관계자는 “올해는 커머스 포털 기능을 더욱 강화해 이익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배송 품질을 고도화하고 11번가만의 전략 상품을 늘려 커머스 포털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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