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상장사, '임원 급여 반납' 얼마나 아낄까 계열사 12곳, 1년에 733억 가량 절감…경기침체 악화시 확대 적용 가능성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22 08:27:0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1일 16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결정하면서 비용 절감 규모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 12곳만 고려하면 1년에 7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아낄 수 있다고 집계된다. 주력사인 현대자동차에서 절약하는 임원 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이번 임원 급여 반납은 일반 직원들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임원급의 자진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추구하는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해질 경우 급여 반납 폭이 커지고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장사 12곳 1년에 733억원 절감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 계열사 임원들이 이달부터 급여를 20%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동차산업 경영환경 악화와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별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각 계열사 임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계열사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 20%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게 된다.
우선 가장 많은 금액을 절감하는 계열사는 단연 현대차다. 현대차가 작년에 사외이사와 감사를 제외한 등기임원에 지급한 보수는 110억원이다. 미등기임원 보수는 1505억원이다. 이를 더하면 1615억원으로 20%는 323억원이다. 그다음은 기아차다. 기아차는 지난해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에 각각 25억원, 422억원을 줬다. 총 448억원으로 20%를 반납하면 약 90억원을 아낄 수 있다.
3위와 4위는 현대건설과 현대모비스다. 20% 반납시 각각 68억5400만원, 66억8900만원 정도를 절약한다. 5위인 현대제철도 절감하는 비용이 60억원을 웃돈다. 뒤를 잇는 상장 계열사는 현대위아, 현대차증권, 현대로템, 이노션, 현대비앤지(BNG)스틸, 현대오토에버 순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유일하게 10억원 미만이다.

◇'직원 급여' 지킨 현대차그룹, '최악의 상황'서 카드 꺼낼 수도
이번 임원 급여 반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행했던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정 부회장이 추진해 온 리더십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과 고통은 최대한 경영진과 임원이 감내하면서 솔선수범하고, 직원들의 피해는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한 뒤 일반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1980~1990년대생 청년층 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을 알기 위해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와 같은 책들을 읽고 경영진에 추천했을 정도다.
운동화도 허용하는 자율 복장 도입도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와 관련한 일화도 있다. 올해 신년회 행사에서 그는 양복을 입고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에게 "자율복장이라면서 제가 왜 이렇게 입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오늘 양복을 입은 것은 신년회 후 다른 행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TPO(Time·Place·Occasion)에 맞게 편하게 입으시면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리더십을 가진 임원이나 경영진에게도 직원들처럼 배려를 보였지만 무조건적인 관용을 보이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기아차의 수장 교체다. 신형 쏘렌토 출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고, 평상시 같으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기에는 과해 보일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비상사태 속에서 흐트러진 리더십을 재정비하기 위해 수장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이런 기조는 급여 반납에서도 적용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진다면 상황이 변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 경제 상황을 1920~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로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은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고 위기 이후 벌어질 '새판짜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현금 확보가 절실하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임원 급여 반납 폭이 커질 수 있고, 또 최고 수뇌부에서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일반 직원으로까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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