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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IB 확대' 연초 전략 다 잊어라…은행 리스크 관리 '올인' [은행 비상경영전략 점검] 불확실성의 시대, 공적 역할 강화로 수익·재무 우려는 확대

김장환 기자공개 2020-04-28 11:14:58

[편집자주]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과 별개로 한국 경제는 점점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밑바닥 경제를 시작으로 대기업까지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 역할을 맡은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연초 구상했던 경영 전략을 새로 짜야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금리, 환율, 유가 등 거시 경제의 악화 속에서 긴급하게 수립된 시중 은행들의 비상경영 전략에 대해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은 '초비상'이다. 연초 구상했던 한 해 농사 계획을 모두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다. 비상경제 시국이 펼쳐지자 당국은 은행권에 각종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민생부터 증시 안정자금까지 은행권에 기대고 있다.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과 레버리지 한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줬지만 부담은 더 커졌다. 나가는 돈만 있고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전통 분야인 예금과 대출에 기댈 수도 없고 글로벌 시장,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부문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세계 경제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마저 있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수익과 재무 등 모든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고 있다.

올해 경영목표 수립의 기본 근거가 됐던 환율·유가·금리 등 매크로 지표가 변하면서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졌다. 일단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115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이날 기준 1233원까지 치솟았다.

유가 변동성은 '무서울' 정도다. 올 초 56.7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WTI)는 1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 인도 WTI 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 마감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최근 열렸다는 점에서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은행의 가장 큰 수익원인 이자수익 급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대로 떨어뜨렸다. 은행들도 시장금리를 큰 폭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허리띠 졸라매기, 수익성 목표 '일단 낮춰'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에 가장 먼저 엿보이는 변화는 다름 아닌 수익 목표 낮추기다. 저금리, 규제 강화, 불경기 등 3대 리스크로 인해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질병 사태까지 겹치자 대출 기업들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게 불가피한 상태다. 공적 역할을 강요받고 있어 연체율이 늘어가는 가운데 금리 인하로 인한 순이자마진(NIM)은 줄어드는 게 뻔해 보인다.

5대 은행 중 올해 수익 목표를 가장 크게 줄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목표 순이익을 전년 대비 5% 낮춰 잡았다. 신한은행이 순이익 목표를 낮춘 건 1982년 은행 창립 후 처음이다. 정작 내부에선 올해 달성 순이익을 이보다도 더 낮게 잡고 있다. 전년 순이익 대비 최대 20%가량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경쟁 은행들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조정 목표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년 대비 적어도 5% 이상 이익을 낮춰 보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연초에 잡았던 신년 목표는 코로나 사태가 아닌 저금리와 불경기 등에 따라 목표를 설정했던 것인데 이제는 이보다도 더 숫자를 낮출 수밖에 없고 새롭게 이익 목표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타격으로 글로벌 시장 '원천봉쇄'를 꼽는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리테일 영업을 확장하기로 한 우리은행은 글로벌 전략이 올 스톱됐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확대 전략을 펼칠 계획이었지만 실현이 어렵게 됐다. 진옥동 행장 취임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은 신한은행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 확장 전략을 전면 재수정 중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외 영업점에 기대를 많이 걸었었는데 코로나 불확실성이 언제쯤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아직 수정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부문과 협업을 통한 은행의 수익 창출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IB 등 확장 전략 '올스톱'...리스크관리 빨간불

IB 부문도 완전히 막혔다. 대다수 은행의 글로벌 대형 IB 거래는 '무조건 스톱'이다. M&A 등 IB 부문 대출은 장기물로 대부분 구성되는데다 주로 거액의 달러를 기반으로 한다. 원달러 환율 흐름이 불안한 상태여서 가급적 발을 뺄 수 있는 거래는 모두 발을 빼고 있다는 게 시중은행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화 조달시장에서 차입 여건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도 이같은 전략 수정의 원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구상했던 글로벌과 IB부문 사업은 모두 중단하고 프로젝트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은행, 금융지주들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략 수정을 확실히 하지 못하고 있는 건 각종 민생과 지원 자금을 당국으로부터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등에 5대 시중은행은 10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초저금리 대출, 수출금융 지원, 코로나19 재난 지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자금 조달 등등 시중은행이 맡은 공적 역할이 크다.

이를 위해 투입해야 한 자금이 상당 수준이란 점을 떠나 상대적으로 회수와 수익 창출이 어려워 보이는 대출 자금을 지속해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글로벌·IB 부문 거래를 무리하게 벌이기는 부담이 크다.

결국 현 시점에 있어 은행에게 가장 중요한 건 리스크 전략을 새롭게, 또 보다 철저하게 짜야 한다는 점으로 보인다. 올 1분기까지는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은 양상이지만 부실화 우려 자산이 모두 크게 늘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이를 향후 회계상으로 반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쳐내는 게 은행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다른 관계자는 "NPL 비율 등 자산건전성과 채안·증안펀드 출자금 확대로 인한 자본적정성 약화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며 "금융위가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규제를 최근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훗날 발생할 부실까지 완화를 약속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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