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24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는 높은 산 꼭대기에서 방주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 수군거렸을 것이다. 오랜시간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배가 완성됐다. 거짓말처럼 장마가 시작되고 물이 산 꼭대기까지 들어찼다. 노아의 가족과 방주에 오른 동물들은 대홍수의 재앙에서 살아남았다.최근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임상 자금이나 생산시설 확보, 기술 도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는 곳들이다. 신종코로나 감염의 시장 여파가 아직 진행형인 가운데 이같은 도전은 산 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에이치엘비는 34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증에 나섰다. 증자율 10%, 할인율은 20%다. 시총이 4000억원인 에이프로젠제약은 더 과감하다. 바이오 공장을 짓겠다며 3000억 주주우선공모 유증을 결정했다. 할인율은 에이치엘비와 같은 20%, 증자율은 90%에 달한다. 두올산업은 바이오 진출을 예고하며 3600억원대의 유증, CB발행을 결정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자금을 쏟아부어야하는 바이오텍의 행보는 마른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올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감염병이나 뇌질환, 희귀질환, 암 등 질병에 대비한 치료제와 진단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 모두 해당된다.
바이오벤처 성공신화로 일컬어지는 셀트리온도 다르지 않았다. 서정진 회장이 바이오라는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딜 당시 외부의 눈초리는 따가웠다. 허가받은 제품도 없는 상황에서 수천억씩 들여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만드는 것은 거의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믿고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없었다면 셀트리온 신화는 불가능했다.
신종코로나 감염으로 전 산업이 패닉에 빠졌으나 골이 깊어질수록 바이오를 향한 시장과 대중의 기대감은 반대로 더 커지고 있다. 국내외 임상 지연, 대면 영업 위기로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타격을 입고 있지만 신약과 백신, 진단 산업 자체는 우리가 나아가야할 이정표처럼 우뚝 섰다.
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유증 소식을 접한 주주 입장에서는 이런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바이오가 노아의 방주처럼 재난 속 구원자의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베팅해볼만 한 타이밍이다. 반면 자금만 쏟아붓고 처치곤란으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물론 회사별 전략, 구조, 후보 물질의 성공 가능성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투자자들이 얼마만큼의 호응을 보여줄지, 자금조달에 성공한 이들이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지 걱정 반 기대 반 속 시간이 흐르고 있다. 방주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바이오산업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결과를 볼 날도 그리 멀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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