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리스크 감수한 한국제지, 재도약할까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이자보상배율 0.6배 '추락'…원창포장·세하 인수로 분위기 전환
박기수 기자공개 2020-05-12 07:23:36
[편집자주]
종이 없는 생활이라는 뜻인 '페이퍼리스(Paperless) 라이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로봇 자동화(RPA) 등 각종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언론사는 신문 매수를 줄인다. 이번 코로나19 파장으로 주목 받은 재택근무가 점점 일반화하면 종이를 찾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이로 먹고 사는 제지업체들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의 경영 현주소와 돌파구를 더벨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제지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사업 개편을 단행한 곳 중 한 곳은 한국제지다. 백상지에 치우쳐져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인수를 통해 골판지와 백판지 사업을 시작했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다가오면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인수를 위해 한국제지는 어느 정도 재무적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했다. 근본적 원인은 수익성이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제지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이 4%를 넘어간 적이 없다.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냈던 해가 2016년이었는데 당시 영업이익률이 3.8%에 그쳤다. 매출은 1조원을 향해 가고 있지만 창출하는 영업이익은 100억원이 채 안된다. 외형은 성장하지만 실속은 없었다는 의미다.

저성장은 반강제적으로 재무 전략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무리한 인수 등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경우 벗어날 수 있는 믿을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제지는 2010년대 초에는 무차입 경영에 가까웠다. 이후 2013년 국일제지 장가항 법인을 인수하고 작년과 올해 원창포장공업과 세하를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늘었지만 이마저도 100%를 넘지 않는다. 작년 말 연결 기준 한국제지의 부채비율은 74.6%이다.
그럼에도 한국제지에게 이정도의 부채비율도 리스크라고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낮은 수익성과 불어난 차입금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지는 작년과 올해 인수전을 거치며 약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썼다. 한국제지의 연결 자산총계가 850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큰 규모의 투자다.
이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차입금 규모가 불어났다. 실제 국일제지 장가항 법인을 인수했을 당시였던 2013년 말에만 해도 한국제지의 총차입금은 925억원 규모였다. 이 수치가 작년 말에는 2373억원까지 불어났다. 순차입금비율도 8.2%에서 39.5%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렇게 차입금이 불어나도 이를 감당할 현금창출력만 있다면 문제될 일이 없다. 다만 한국제지는 2016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지속해 낮아지고 있다. 작년 한국제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7166억원, 3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0.5%에 그친다. 작년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57억원으로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차입금 이자비용이 많았다. 이자보상배율은 0.6배에 그쳤다.

관건은 인수한 회사인 원창포장공업과 세하의 현금창출력이다. 우선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판지 사업이 어느 때보다 호황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원창포장공업과 세하의 영업이익은 각각 107억원, 141억원으로 한국제지의 연결 영업이익보다 많다.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딛고 재도약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배경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세하 인수전에 한국제지를 비롯해 신대양제지, 한창제지 등 여러 업체가 참여했지만 한국제지 측의 인수 의지가 강력했다"라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수전에 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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