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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거버넌스 선언]롤모델 삼은 발렌베리식 소유·경영 분리 도입할까③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친분 이어져…법규정 상이해 전면 도입은 어려워

김은 기자공개 2020-05-13 08: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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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문 형식을 빌어 재계에 소유와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더 이상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재계에 없었던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신(新)거버넌스 선언이다. 삼성은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를 근본부터 재구성해야한다. 더벨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을 통해 영속적인 경영 시스템과 앞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너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가 그려진다.

재계에서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가문 경영을 롤모델로 삼고 이를 참고해 삼성만의 방식으로 투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구상을 해왔다. 실제 발렌베리의 경영 모델을 오랜기간 연구해왔을 뿐만 아니라 토요타, 포드 등 해 다양한 사례들을 공부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집해왔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모범사례로 꼽히는 발렌베리는 이건희 회장 때부터 이 부회장까지 대를 이어 삼성과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발렌베리 가문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이어졌다. 이같은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향후 삼성전자의 새로운 지배구조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동안 발렌베리 가문 등을 벤치마킹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취합해왔다"며 "오랜 오너 경영에서 벗어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비영리재단에 의한 기업 지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해외와 각종 법규가 달라 제약이 있기에 발렌베리 가문 경영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국내 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기업 집단이다. 5대에 걸쳐 160년동안 한 가문이 소유하고 있지만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는 구조다.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발렌베리 재단이 전문경영인을 선정하는데 직접 관여한다. 발렌베리 산하에 있는 모든 기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움직인다. 현재 100여개 기업의 지분을 가문이 공동으로 소유한 재단을 통해 경영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철저한 능력 검증을 통해 후계자를 뽑는다. 후계자들은 재단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배당금을 받지만 배당금은 모두 재단으로 귀속된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오랜 발렌베리 가문 경영 철학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발렌베리 재단은 이익금의 약 80% 가량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이 5대에 걸쳐 가족경영 기업의 특성과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기업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날로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책임 경영만이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세습 경영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들로 경영상의 한계를 체감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2016년 12월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저보다 훌륭한 사람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답한 바 있다. 경영권 승계가 향후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을 방지하기 위한 판단에서다.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체제로 각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그룹 전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가 순차적으로 도입,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오너 일가 역시 당분간 별도의 분리없이 함께 계열사를 소유하고 주주로서 역할과 책임을 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발렌베리 가문의 사례를 삼성전자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의 경우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 지배를 막기 위해 공익 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각종 법규가 해외와 다르고 이에 따른 제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실력있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경영 구조가 국내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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