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Story]'1조' 빅딜 LG CNS 지분, 매물 등장에 인수전 후끈①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 목적, 글로벌 FI 각축
김혜란 기자공개 2020-05-18 10:33:3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4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LG CNS 소수 지분 매각을 위한 모든 절차가 지난주 잔금 납입을 끝으로 1년 만에 종결됐다. 이번 딜은 LG그룹이 진행한 조 단위 빅딜이란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또 ㈜LG가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 선정에 각별히 공을 들이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단 점도 관전포인트였다. LG그룹 입장에선 단순히 지분을 팔아넘기는 게 아니라 LG CNS의 성장을 도울 공동경영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수자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맥쿼리PE) 입장에서도 이번 딜 완주는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쿼리PE는 2018년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이뤄 국내 1위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엔 LG그룹과 손을 잡았다.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관계를 넓히며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안정적인 에너지·인프라 자산에만 투자한다는 이미지를 벗고 보다 공격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을 펼 수 있는 IT(정보통신) 기업으로 투자 저변을 확대한 점도 맥쿼리PE 입장에선 의미가 깊다.
◇정부 규제 선제 대응 필요성...경영권은 유지
LG CNS 인수전이 본격화된 건 지난해 6월께부터다. 이즈음 ㈜LG가 매각주관사를 JP모간으로 확정하고 시장에 티저레터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몇몇 글로벌 PEF 운용사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LG그룹을 접촉하며 매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인 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였다. KKR은 국내에서 오비맥주, 동박제조사 KCFT, 이머커스 업체 티몬 등 굵직한 트랙레코드(투자 실적)를 보유한 미국계 운용사다. KKR은 2018년께부터 LG CNS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권영수 ㈜LG 부회장과 접촉하며 교감을 해왔다. 하지만 LG그룹은 LG CNS의 경영권이 아닌 소수 지분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 강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지분 50% 이상 갖고 있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지분율 15%)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LG 지분율은 46.56%였다. ㈜LG는 LG CNS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분 35% 정도를 덜어내면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오르지 않게 되는 셈이다.
LG CNS의 2018년 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609억원이었다. 여기에 피어(Peer) 그룹에 적용된 멀티플 배수(15배)를 곱한 뒤 지분 35%에 대한 가치를 도출하면 1조원 안팎으로 계산됐다. 딜 사이즈가 1조원대에 달하는 빅딜의 등장이었다.
소수지분 매각인 만큼 재무적 투자자(FI)로 인수 후보가 좁혀졌다. 과거 한화그룹과 GS그룹이 SI 계열사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전례도 있었다. 한화시스템(합병 전 한화S&C)과 GS ITM이 각각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인베스트먼트-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FI로 맞았다. LG그룹 역시 앞서 지분 매각에 나섰던 다른 그룹사와 유사하게 FI에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의계약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
매각 방식도 딜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였다. KKR은 꽤 오래전부터 LG그룹을 접촉하며 LG CNS 인수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LG그룹이 IT사업을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경영권은 매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자, KKR은 소수 지분만이라도 인수하기를 원했다.
㈜LG는 KKR과 사실상 LG CNS 매각 문제를 놓고 수의계약(프라이빗딜) 방식으로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대로 KKR과 협상을 지속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LG그룹은 경쟁입찰로 딜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다양한 LG CNS의 성장 아이디어를 제안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쟁을 통한 몸값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단 점도 고려됐다. 지난해 7월,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은 미리 태핑(수요조사) 작업을 통해 파악한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을 배포했다.
맥쿼리PE가 LG CNS 인수전 참여를 준비한 건 매각주관사 선정 전후 즈음이었다. ㈜LG가 보유 지분 중 일부인 35%를 비딩으로 판다는 방침을 세우자, 맥쿼리PE가 먼저 LG그룹을 찾았다.
맥쿼리PE는 LG그룹 측 실무진과 홍범식 사장, 김영섭 LG CNS 사장을 찾아가 회사 성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했다. 맥쿼리PE는 LG CNS의 미래 성장 키워드가 '해외'라고 봤다. LG CNS 해외 진출의 구체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앞서 셰마라 위크라마나야케 맥쿼리그룹 회장이 방한했을 때 국내 그룹사 임원과 면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홍 사장과도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두 사람이 이 딜 건을 논의한 건 아니었지만, 상견례를 가지며 향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교감을 나눈 셈이다.
결국 향후 본입찰 전후로 전개된 KKR과 맥쿼리PE 간 2파전은, 이미 딜 절차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예고된 그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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