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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업체가 5G 장비주라고?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20-05-22 08:12:5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1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기업이라 쓰고 적자기업이라 읽는다.” 돈 버는 바이오회사가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설립 10년이 넘어도 여전히 R&D에만 주력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시들해지면 새 파이프라인을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신기술에 매료된 ‘호구’들은 또 다시 돈을 투자한다. 바이오기업이 연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신약 성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작년 하반기 국내 임상 3상업체들의 잇따른 실패는 이를 방증한다. SK바이오팜의 신약이 미국 FDA 승인에 이어 출시까지 마쳤지만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는 데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라이선스아웃(L/O)도 100% 해법은 아니다. 초대박 블록버스터가 아니면 로열티나 마일스톤 등으로 고정비를 충당하기 쉽지 않다. '반품'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진단키트업체들의 성과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등에 업고 전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수년치 매출을 몇 달 만에 올린다. 1분기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하는 곳도 나왔다. 그저 흑자 전환이 목표인 신약업체들이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 진단키트업체들에 대한 그동안의 밸류에이션 저평가 논란도 단숨에 불식시키는 모습이다.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보장되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만 하더라도 10곳이 넘는데다 해외 경쟁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술력이 차별화되는 신약업체와 달리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협한다. 주문 물량을 실제 감당할 수 있는 지도 불확실하다. 해외 바이어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가 끊이지 않지만 믿고 투자하기는 위험해 보인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진단키트가 5G 장비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5G 장비주들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지만 결국 6G 장비주들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진단키트업체들을 둘러싼 지속가능한 매출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당장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확산으로 수요가 생성되고 있지만 팬데믹(pandemic)이 종식되면 매출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재고 소진을 위해선 또 다른 팬데믹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연구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을 둘러싸고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들릴 때마다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투자자들도 과도한 성장 기대감 또는 쏠림 현상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분위기만 보면 방탄소년단, 기생충 다음으로 K-바이오가 글로벌 무대를 휘어잡을 기세지만 한발짝 물러나서 지켜보는 혜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진단키트만이 K-바이오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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