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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스핀오프 명암]디앤디파마텍, 계열 이해상충 없앤 '리스트럭쳐링'⑧주식 스왑·스톡옵션 정리로 모회사 중심 100% 지배력 확보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11 08:12:31

[편집자주]

바이오텍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텍 스핀오프는 특정 기술이나 신약 물질을 따로 떼어내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주별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별 스핀오프 방식, 분사 후 주주 구성 등 유형을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 개발 모기업과 해당 기업의 물질을 기반으로 스핀오프한 자회사 간에는 해당 기술이 사업화되는 과정에서 이익 상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개발 초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점차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커져 수익 창출을 앞두게 되었을 때다. 이익 배분을 놓고 두 기업에 입장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모기업이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라면 얘기가 다르다. 자회사의 모든 이익이 모회사에 귀속된다. 100% 자회사가 아니거나 대주주가 소유한 모회사, 자회사 지분 비율이 다를 경우 이익 조정의 리스크가 생겨난다. 두 기업간 이해 상충 이슈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일련의 지분 통합 작업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계열간 이해상충 이슈를 없애 눈길을 끈다. 하나의 모회사 아래에 다수의 100% 자회사를 배치하는 식으로 재편했다.

점점 더 많은 국내 바이오텍들이 잠재력있는 물질을 기반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외부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그 반대인 셈이다. 하나의 모회사로 자회사에 대한 100% 지배력을 모아 자금 조달 통로를 일원화하고 모회사가 자회사에 출자하는 식으로 구조를 짰다.

◇한국은 리서치, 미국 5개 자회사는 임상개발에 특화

2013년 설립된 디앤디파마텍은 뇌질환(CNS), 섬유화성 질환을 포함해 근본치료제가 없는 분야 신약 개발이 주력이다. 다수의 적응증을 타깃으로 다수 R&D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모토다. 디앤디파마텍 그룹 내에 약 20개의 개발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임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그 중 임상 단계는 8개 정도이며 하반기 진행사항에 따라 연말에는 11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모든 과제는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한다.

디앤디파마텍이 자본시장에서 더욱 눈길을 끈 것은 바이오벤처로는 이례적인 기업 계열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모회사인 디앤디파마텍은 한국에 위치하며, 미국 워싱턴DC 인근에 5개 자회사가 각자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진척시켜가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5개 자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자회사 세 곳은 100%씩, 나머지 두 곳은 90%, 7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크게 보면 리서치 단계의 물질개발은 한국에서, 임상개발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물질특허를 보유하면서, 후보물질 발굴, 투자유치, 사업개발을 담당한다. 미국 자회사들은 사업화 권리를 가지고 임상을 수행 중이다. 비만, 당뇨 계열 치료제 개발만은 한국 디앤디파마텍이 주체적으로 연구부터 임상을 모두 맡기로 했다.

자회사 중 대표적인 곳은 뉴랄리(NEURALY)다.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벤처이며 파킨슨병치료제 글로벌 임상2상 중이다. 세랄리 파이브로시스(Theraly FIBROSIS)는 섬유화증 질환 치료제에, 피포마이크로바이옴(P4 MICROBIOME)은 마이크로바이옴 타깃 치료제에 특화하고 있다. 프리시전 몰큘러(PRECISION MOLECULAR)는 퇴행성뇌질환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기술을 개발 중이며 발테드 시퀀싱(Valted Seq)은 단일세포 시퀀싱 기반 빅데이터 회사다.

◇이슬기 대표의 시리즈 창업, 존스홉킨스의대와 비즈니스 확대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이사, 창업자

디앤디파마텍이 설립 후 7년만에 이처럼 여러계열사를 구축한 배경은 간단하지는 않다. 창업자 이슬기 존스홉킨스의대 부교수의 시리즈 창업, 동료 연구진들과의 연구개발 확장이 디앤디파마텍 구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임성묵 대표와 디앤디파마텍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에 주로 거주하며 존스홉킨스의대와의 비즈니스, 임상을 진두지휘한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 리서치와 관리, 사업개발 부문을 대표하고 있다.

뉴랄리, 세랄리파이브로시스는 이 교수가 디앤디파마텍이 보유한 특허물질을 기반으로 창업한 곳이다. 나머지 자회사 세 곳은 존스홉킨스의대에서 연구개발된 물질을 가지고 사업화를 위해 스핀오프된 업체다. 향후 상업화에 따른 매출이 발생하면 존스홉킨스의대에 로열티 방식으로 일정 부분이 지급될 예정이다.

뉴랄리가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은 이 교수의 부친인 이강춘 성균관대 약대 교수 연구실에서 발굴된 물질로 디앤디파마텍이 특허를 양도받은 기술이다. 존스홉킨스의대에서 이 교수와 동료 사이언티스트가 함께 추가 개발했다. 뉴랄리는 디앤디파마텍으로부터 물질특허를, 존스홉킨스의대로부터 용도특허를 기술이전받아 사업화를 진행하는 구조다. 향후 뉴랄리가 기술이전 등 상업화하는 수익은 디앤디가 나눠 갖게된다. 세랄리도 비슷한 구조다.

프리시젼몰큘러는 존스홉킨스의대 방사선과 마틴폼퍼(Martin G. Pomper) 교수 연구 아이템으로 설립됐다. 마틴폼퍼 교수가 CEO로 있다. 지난해 디앤디파마텍이 증자를 통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발테드 시퀀싱은 CNS 연구분야 세계적 석학인 테드 다우슨(Ted M. Dawson) 존스홉킨스의대 신경과 교수 부부가 연구한 아이템으로 설립돼 부부가 CEO, CSO를 맡고 있다. 테드다우슨 교수는 뉴랄리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디앤디파마텍은 발테드 시퀀싱 지분의 90%를 보유 중이며 나머지는 테드 다우슨 교수 부부가 창업자 지분(Founder's Share)으로 보유 중이다.

피포마이크로바이옴도 존스홉킨스의대에서 연구된 치주질환 치료제 아이템을 도입해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이 지난해 200만달러에 70% 지분을 인수했다. 나머지 30% 지분은 두 창업자가 15%씩 가지고 있다.

◇자회사 주식 공개매수, 임직원 스톡옵션 정리…구조 단순화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지배구조가 지금처럼 단순하지는 않았다. 이슬기 교수는 디앤디파마텍을 비롯해 뉴랄리와 세랄리파이브로시스 지분을 모두 보유 중이었다. 또 디앤디파마텍은 뉴랄리 지분 14.9%, 세랄리파이브로시스 지분 16.27%을 소유했다. 나머지는 기존 창업주 및 이전 투자 과정에서의 참여 주주들이 쪼개어 가지고 있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이슬기 교수는 미국, 한국에 회사를 각각 창업해 사업을 운영해오다 2018년 디앤디파마텍이 시리즈A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 디앤디파마텍을 중심으로 한 지분구조 개편을 계획하게 됐다"면서 "계열사 간 이해상충의 이슈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미국 기업들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디앤디파마텍은 작년 한해동안 지분 통합, 스톡옵션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첫 단추는 미국 자회사들의 주식 공개매수였다. 기존주주들로부터 보유 지분을 디앤디파마텍이 사들이는 대가로 디앤디파마텍 유상증자에 참여할 신주인수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주주들은 주식을 처분했으며 일부는 주식 처분에 따른 세금을 제하고 디앤디파마텍의 신주인수권리를 보유한 잠재적 주주로 전환했다. 이슬기 교수 역시 소유했던 뉴랄리, 세랄리파이프로시스 지분 전부를 같은 조건으로 신주인수권리로 교환했다.

계열사 주주들의 지분 뿐 아니라 계열사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구조도 정리했다. 모든 주주들은 디앤디파마텍의 주주로, 임직원들은 디앤디파마텍 스톡옵션으로 변경, 교환하는 절차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앞으로 기술 연구를 이어가며 추가적인 자회사 설립 가능성도 열려있다. 해외에서는 디앤디파마텍처럼 여러개의 계열사가 서로 독립된 물질을 개발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보다 많이 통용되고 있다. 스위스 로이반트도 적응증 별 개발 물질을 특화한 자회사를 시리즈로 스핀오프하고 있다. 국내에도 상장 신약개발기업 중 큐리언트가 시리즈 스핀오프 및 M&A 등을 통한 이익 회수를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디앤디파마텍은 펀딩 통로를 모회사로 일원화하고, 조달된 자금을 자회사로 내려보내는 구도를 계획 중"이라며 "향후 상장으로 공모자금을 유치한 것 역시 자회사 연구자금으로 출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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