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운용, 주가상승 불구 '디자인 CB' 조기 엑시트 [메자닌 투자 돋보기]제3자 대상 장외매도, 21억 회수…투자 자금 여력 확보 차원
정유현 기자공개 2020-06-16 08:09:2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커스자산운용이 스마트 액세서리 기업 디자인에 투자한 지 약 1년 만에 투자금을 전량 회수했다. 0% 금리로 발행된 전환사채(CB)에 투자하며 보통주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이 예상됐지만 원금 수준의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것으로 투자 관계를 마무리했다.디자인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며 전환가액을 웃돌고 있고 조만간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있지만 회사 측은 적절한 엑시트(투자자금 회수)라는 설명이다. 투자 여력을 확보한 만큼 현재 검토 중인 딜 투자를 진행해 또 다른 수익 기회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커스자산운용은 보유 중이었던 디자인의 제2회차 전환사채를 장외시장에서 전량 매도했다. 보통주 전환 전 잠재 보유주식은 28만9435만원으로 주당 7256원에 거래됐다. 이 금액으로 따지면 회수 금액은 약 21억원 가량이다.
포커스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디자인이 6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제2회차 CB를 20억원 가량 인수했다. 인수한 CB는 '포커스N4슈퍼리치퍼시픽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 '포커스Y4슈퍼리치스텝업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 '포커스SY4 슈퍼리치유니콘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 '포커스SY4슈퍼리치웰루트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 '포커스SY4슈퍼리치트러스트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 '포커스SY4슈퍼리치그랜드슬램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 '포커스KB4슈퍼노바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에 편입했다.
CB는 5년 만기(2024년 06월 14일)로 표면·만기 이자율 모두 0%로 발행됐다. 전환가액은 9836원으로 최초 전환가액의 70%(6888원)까지 하향 조정(리픽싱)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됐다. 0% 금리 CB에 투자한 만큼 투자자들은 보통주 전환에 따른 차익 실현이 목표였다.
디자인은 보조배터리와 넥밴드·충전기·블루투스 스피커 등 스마트기기 액세서리, 핸디선풍기, 스마트램프, 공기청정기 등 소형가전까지 80여개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다. 브랜드 '코끼리(KOKIRI)'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8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주력 제품인 보조배터리는 상장 당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디자인이 시중에 주식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CB를 발행하며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전해진다. CB 발행 당시 전환가를 기준으로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의 비율이 18.64%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발행 금액 60억원은 시가 총액의 4분의 1 수준의 금액이었다. 디자인의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포커스자산운용 뿐 아니라 타 운용사 및 기업들도 투자에 참여했다.
이 딜에는 아트만자산운용, 밸류시스템자산운용, 주식회사 광윤, 메가엠디 주식회사, 제쿠먼인베스트먼트 유한회사 스카이워크자산운용, 수성자산운용도 딜에 참여했다. CB발행에 대한 시장 반응도 좋았다는 평가다. CB 발행 공시 다음날 주가가 6.58% 급등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이 자금으로 IoT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 등 출시로 인한 개발·생산투자 비용과 무선충전기술 개발 및 제품화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이번에 포커스자산운용이 엑시트에 나선 것은 내부적으로 운용상의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공시 금액 기준으로는 1억원(5%) 가량의 수익을 달성했다. 통상 장외 시장에서 채권 거래 시 추가적인 계약이 있는 만큼 21억원 이상을 회수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거래는 기존 투자자들이 아닌 제3자와 장외 거래가 진행됐다.
오는 14일부터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환가가 6910원이고 최근 디자인의 주식은 8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 흐름이 이어진다는 조건 하에 장외 매도 거래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전환가를 웃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14일 이후 2회차 CB 투자자들이 일시에 보통주로 전환하면 오버행 이슈를 겪을 수도 있다.
디자인이 최근 3년 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017년~2018년 300억원 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200억원 대로 내려 앉았다. 2018년 29%였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100%로 확대됐다.
디자인 종목에 대한 투자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CIO의 결정하에 엑시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환가액(6910원)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가 된 점 등을 감안하면 포커스자산운용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게 투자를 마무리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커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디자인 투자 당시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통 물량도 많지 않았고 CB 발행이 많아 채무에 부담이 있는 기업이 아니어서 유리한 조건에 투자를 했었다"며 "종목은 매력적이지만 투자 1년 만에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을 냈고, 검토중인 다른 건들도 많다. 운용 목적에 맞게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서 엑시트에 나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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