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가 '한국판 골드만삭스'에 한 걸음 다가섰다. 국내 투자은행(IB)의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나홀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외화채 딜을 섭렵한 데 이어 올해는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주관사단으로 선정됐다. 외평채 딜로 미래에셋대우는 BNP파리바와 BoA메릴린치 등 글로벌 IB와 한 테이블에 섰다.한국물 시장에서 국내 IB는 이방인과 다름없다. 원화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한국물 시장에는 무관심했다. 발행사에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도 나날이 조달 수요가 늘고 있는 해외채 조달 업무만큼은 외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드는 데 반해 수년간 유의미한 실적을 올릴 수 없다는 점 등이 장애물이다. 외국계 하우스의 독식 구조 속에서 경쟁력은커녕 트랙 레코드를 쌓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 탓이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과감히 한국물 시장에 도전했다. 초대형 IB로 거듭난 2017년말 해외법인 세일즈와 홍콩 신디케이션 조직을 갖춰 업무 기반을 다졌다. 국내 DCM 조직 내 한국물 전담 인력을 두고 커버리지 확장에도 주력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시도에 가장 먼저 호응한 건 국책은행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맨데이트(mandate)를 줬다. 국책은행은 한국물 주관의 진입 관문으로 꼽히는 대표 이슈어다. 국내 IB 육성의 일환으로 이따금 국내사를 포함했던 기획재정부도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2전 3기' 도전에 응답했다.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고배를 마신 끝에 얻은 쾌거다.
물론 미래에셋대우가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보기엔 부족한 면도 있다. 경험 부족 등으로 주관사단으로 합류하고도 만족할 만한 역할을 보이진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 이탈 등과 맞물려 한국물 전담부서를 기존 커버리지 부서와 통합하는 등 조직 구성 측면의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의 한국물 도전은 진정한 의미의 초대형 IB 채비에 나섰다는 점에서 '혁신'으로 불릴 만하다. 대부분의 국내 IB는 해외진출 시 해외 주식과 부동산 등의 상품 투자에 집중했다. 글로벌 IB 본연의 역할 수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눈앞의 수익에 집중한 결과 초대형 IB다운 역량 다지기에선 한발 비껴간 모습이었다. 미래에셋대우의 이번 도전이 가져올 IB 업계 전체의 전략적 변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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