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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투자전략 점검]'린 전략' 아모레G, '작고 많은 실패'서 생존 모색①스타트업 중심 스몰벳(Small-bet) 전략…낮은 성공률은 '맹점'

전효점 기자공개 2020-09-01 07:47:21

[편집자주]

온라인과 기술 기반으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리테일, 식품, 패션, 뷰티, 콘텐츠 부문의 유통 대기업들은 유관 영역의 중소기업 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수년간 주요 유통 기업들의 타법인 투자 현황과 투자 방식, 투자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통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또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로 가시화됐는지, 실패한 투자와 성공한 투자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15: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그간 투자 기조는 '린 파이낸싱'으로 요약된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린 파이낸싱'은 비교적 소규모 펀드를 통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의 소액 투자를 의미한다.

린 파이낸싱은 작고 잦은 실패의 개념과도 연관돼 있다. 도요타의 '린 제조 방식'에서 파생된 '린 스타트업 전략' 등과도 맞닿은 개념이다. 린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이 작게 실패하고 잦게 실패함으로써 빠르게 시장의 니즈에 맞춰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린 파이낸싱 역시 가능성이 있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되, 소액을 투자함으로써 실패의 위험을 낮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상반기 말 현재 19개 스타트업에 약 400억원 규모를 투자한 상태다. 이가운데 243억원을 투자한 밀크메이크업(Milk Makeup)과 약 100억원이 들어간 TBT펀드를 제외하면 60억원을 17개 스타트업에 나눠 투자한 셈이다. 작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50억원까지 기업당 평균 3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소액 투자를 집행했다.

◇사내 조직 AP벤처스 투자 총괄…'바이오→ICT→뷰티' 폭넓은 관심사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투자를 총괄하는 것은 크게 두개의 조직으로 나뉜다. 지주사 아모레G 내 그룹전략실과 사내 투자전담 조직 AP벤처스다.

2011년 설립된 AP벤처스는 등록된 벤처캐피탈이나 엑셀러레이터가 아닌 사내 조직이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스타트업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미래성장팀과 경영진단실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5~6명이 AP벤처스 핵심 인력이며, 수석 심사역 김태형 부장이 팀을 이끈다. 그외에 규모가 큼직한 투자는 그룹 전략실에서 검토해 결정한다. 투자 기업을 결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아모레퍼시픽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가'이다.

투자는 AP벤처스가 조직된 후 2012년부터 본격화됐다. 이 시기 투자는 주로 미국에 기반을 둔 바이오 기술 벤처에 집중됐다.

2012년 말 AP벤처스는 미국 국소지방감소 주사제 바이오 스타트업 네오테틱스(당시 라이세라)에 20억원을 들여 지분 2.5%를 확보했다. 같은 시기 미국 오발론테라퓨틱스에도 50억원을 들여 지분 6.7%를 확보했다. 오발론테라퓨틱스는 식욕억제유도 캡슐형 위삽입 장치를 개발한 회사다. 이듬해인 2013년도에는 여드름 아토피 등 피부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브릭웰 바이오테크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치료제 2종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 독점 판매권을 받는 조건이었다. 트리아뷰티에도 15억원을 투자해 지분 1%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시기 투자는 대부분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네오테틱스의 경우 2014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지만 이후 평가손실을 지속한 끝에 현재 아모레퍼시픽 지분에 대한 장부가액은 1억3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작년 기준 순손실은 무려 973억원에 이른다. 오발론테라퓨틱스와 브릭웰바이오테크 역시 한화 기준 수백억원 규모 순손실을 거듭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확보한 지분 가치를 지속적으로 축소시켰다.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들 기업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2015년~2016년에는 투자의 초점이 달라진다. 바이오벤처에서 ICT 분야로 옮겨온 것이 특징이다. AP벤처스는 2015년 국내 웨이웨어러블에 10억원을 투자해 지분 17%를, 호주 엘라스타젠사(Elastagen Pty Lt)에 17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도에는 미국 에이리온테라퓨틱스(Eirion Therapeutics, Inc.)에도 소액을 투자했다. 또 조이코퍼레이션에 15억원을 투자해 지분 7.7%를 확보했다. 조이코퍼레이션은 휴대폰 무선신호를 분석해 화장품 매장 방문객 수·체류시간과 재방문 횟수 등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시스템 `워크인사이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시기 투자한 기업 가운데 회수에 성공한 곳은 2018년 엘러간에 피인수되면서 회수에 성공한 호주 엘라스타젠사다. 아모레퍼시픽은 4배 가까운 60억원대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세 기운 2017년 이후 더욱 활발해진 투자…절실한 미래동력 찾기

벤처 투자는 2017년 이후 다시 활발해진다. 이 시기 투자는 다시 국내 벤처로 초점이 옮겨온 것이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미국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뷰티리시(Beautylish, Inc.)에 23억원을 들여 지분 2.5%를 확보한 데 이어 국내에선 채널코퍼레이션, 버츄어라이브, 파펨, 바이오빛, 톤28 등 6개사에 투자했다. 이들은 당해 개최된 아모레퍼시픽 데모데이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부 성향을 파악해 매월 유기농 화장품을 배송해주는 톤28, 개인 취향에 맞는 향수를 추천해주는 파펨, 헤어스타일 가상체험 서비스 버츄얼라이브 등에 각각 1억~2억원씩을 투자했다.

이때 AP벤처스의 투자 전략은 당해 붐을 일으킨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성공률이 낮고 회수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는 미국 기술 벤처보다, 1억원 내외 소액을 투자해도 되지만 곧바로 자사의 화장품 본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국내 벤처로 초점을 옮긴 것이다.

2018년에도 자체 데모데이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간다. 바람인터내셔날, 그럼에도, 히든트랙, 블록오디세이 등 뷰티, ICT 분야에 투자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디어달리아(DEAR DAHLIA)를 보유한 바람인터내셔날에는 30억원의 비교적 큰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린파이낸싱' 전략뿐만 아니라 '린스타트업' 전략도 병행했다. 사외 기업에 소액의 지분 투자를 추진하는 것 외에도 직접 사내 벤처를 육성키로 한 것이다. '린스타트업' 사내 벤처 제도를 만들고 2016년부터 매년 2개 씩의 벤처를 자체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작고 잦은 실패'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린 전략'의 맹점…실패율도 낮지만 성공률도 낮아

소위 '린 전략'의 문제는 실패의 위험은 낮추지만 성공률도 그만큼 낮춘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간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스몰벳(소액 투자) 전략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가 실제 유의미한 회수나 본업과의 협업 결과물을 잉태하는 것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들어 투자 단위를 높이는 추세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호주 래셔널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는 지분 49% 확보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스타트업 밀크메이크업(Milk Makeup)에도 지난해 117억원 규모 첫 투자에 이어 최근에 126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될성 부른 떡잎'에 좀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행보가 유의미한 결실로 이어져 아모레퍼시픽의 투자 방향성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벤처 투자를 통해 뷰티 및 벤처 생태계의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라며,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에서 벤처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피투자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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